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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운용]최경환 경제팀이 풀려는 숙제

  • 2014.07.24(목) 15:06

박근혜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소위 재정•세제•금융을 총동원한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 내수 경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것이 꼭짓점이다.

부동산 거래를 늘리려는 수요 진작책이 먼저 나왔다.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면 자산가치가 오른다. 지금 당장 파는 것은 아니지만, 주식값이 오르면 기분이 좋은 것과 비슷한 심리다. 기분 좋아 소주 한잔, 소고기 한 번 더 먹으면 돈이 돈다는 논리다.

경제적으론 미래의 예상 가치로 지금의 씀씀이를 늘리는 것이다. 신용카드 한도 늘려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실제로 이런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군불이라도 때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심산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충격을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소비 진작책으로 해결했다. 물론 부작용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었다.


빚만 내라고 닦달한 것은 아니다. 가계소득 확대 세제,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통해 근로자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근로자의 임금을 평균 이상으로 올려주면 세액공제 방식으로 세금을 깎아준다(가계소득 확대 세제). 기업소득 환류 세제는 기업이 앞으로 발생하는 이익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인건비와 투자재원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을 제외한 일정 규모 이상 법인이 그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2~3년 등 일정 기간에 투자•임금 증가•배당에 활용하지 않으면 추가 세금을 매기겠다는 얘기다.

최경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사내유보금 관련 세수가 ‘0’이 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의 추가 세 부담은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대기업을 달래려는 소리다.

기업소득 환류 세제는 소위 말하는 사내유보금 관련 세제다. 여기서 추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투자는 차치하더라도 임금을 올리고 배당을 해야 한다. 배당이든 임금 상승이든 대기업의 돈으로 메우겠다는 얘기다. 어차피 부담이다.

◊ 조국과 회사는 컸는데, 나는 왜?

이런 발상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실질 임금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간의 격차는 꾸준히 벌어졌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 속도는 임금 성장 속도의 거의 2배에 이른다. 흔히 느끼듯이 ‘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는데, 내 삶은 왜 여전히 이 모양이냐?’는 푸념이 현실인 이유다.

나라 전체가 소위 재벌이라는 상위 대기업의 높은 실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자산 규모는 연간 실질 GDP의 대부분인 85%를 차지한다. 지난 10년간, 상위 10대 기업의 실질 자산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실질 GDP 성장률보다 평균 3.5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03년 GDP의 45%에서 2012년 85%로 거의 두 배 늘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이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게 책정했다는 말일까? 해당 기업의 근로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꼭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임금 수준은 꽤 높다. 문제는 이들 재벌 그룹들이 고용하는 근로자가 전체 노동력의 13%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대부분(87%)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들 대기업이 그들의 성장에 맞춰 임금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노동력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임금이 오르지 않았으니 전체 국민의 가계 소득은 별로 좋아진 것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로서도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5년마다 한 번씩 피비린내 나는 깃발 뺏기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는데, 87%와 등을 돌린다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가? 이런 비대칭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상위(대략 10대)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어 임금을 올려주는 중소기업에 뿌리겠다는 생각을 할만도 하다.


◊ 글로벌 시대의 역설

이런 정부의 발상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번 2기 경제팀이 던진 세금 제도에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대기업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실제로 이들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꽤 많이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제조기지를 인건비가 낮은 국가들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70%는 제조인력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해외 생산 비율은 전체 생산량의 4%에서 15%로 증가했다.


상위 대기업들의 국내 시장 설비투자 증가율은 1980년대 연간 성장률의 13%에서 2014년 상반기엔 전년대비 5.6%에 불과하다. 2000년대 해외 시장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15% 이상 늘었다. 어쩔 수 없는 경제 구조의 변화와 세계적인 인력 아웃소싱 추세라 하더라도, 이들의 투자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정부의 불만인 셈이다.

결국, 소수 대기업 즉 재벌의 돈을 전제로 짠 2014년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안이다. 이것이 희생인지 상생인지는 같은 사안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다. 바라보는 사람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공은 10대 대기업에 넘겨졌다. 대기업들이 어떤 화답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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