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내수를 북돋는 카드 외에 환율 관리를 통해 수출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방안이 눈에 띈다. 엔저로 국내 수출 산업의 타격이 커지는 것에 대응, 해외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적극적인 환율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엔저로 수출 감소…외환시장 안정화 나서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엔화와 유로화 약세 등으로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자칫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꺾일까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산업경쟁력 제고와 신시장 개척지원, 외환시장 안정화 등을 통해 수출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실제 한국의 수출경쟁력 악화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5개월 연속 수출감소세가 지속하는 데다가, 올해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면서 국내 달러 유입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부진에 더해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원화절상 압력이 점차 커지는 셈이다.
수출경쟁력 약화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크다. KDI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엔화 약세 등 환율 변수를 수출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지난달 세미나에서 "향후 2~3년간 엔화 약세가 지속하면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자칫 1997년과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 투자로 달러 빼내기…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에 외에도 해외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달러 퍼내기'로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일본이 해외 투자 확대로 엔화 가치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는 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이달 말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 해외 증권투자 활성화를 위해 국내주식 투자보다 불리한 과세를 정비하기로 했다. 과도한 환 헤지 관행 개선도 모색한다. 매매이익과 평가이익, 그리고 이와 함께 발생하는 환 변동 수익 등을 한시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해외주식 투자전용 펀드를 도입한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대상 자산을 확대하고, 국내 연기금이 한국투자공사(KIC)를 통해 해외투자에 나서게 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도입한 외평기금 대출의 만기 상환분을 해외 인수합병(M&A)에 지원하는 해외 M&A 활성화 방안도 내놓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외화 유출을 촉진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인 효과를 내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환율 관리를 통한 효과를 제한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 회복 지연과 중국 성장세 둔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환율이) 수출에 긍정적 효과는 주겠지만,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 "AIIB 적극 활용…내달 수출 경쟁력 강화방안"
정부는 직접적인 수출 부진 타개 방안도 내놨다. 우선 올 연말로 예정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뒤 본격 추진될 인프라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 민간, 금융, 정부가 참여하는 대규모 자금 공급체계인 '코리안패키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중국 외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자금지원 확대도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이 수입국 은행에 신용을 제공해 한국 기업의 대금지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대 금융'을 20억 달러로 확대하고, 무역보험공사의 '보증 한도 사전제공 약정'은 40억 달러로 늘린다.
수출 부진 기업들을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수출입은행의 환율 피해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1500억 원을 신규 배정하고, 대출금리 0.3%포인트 인하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다. 자동차와 철강 등 최근 수출부진을 겪고 있는 품목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자금지원은 5000억 원 추가 확대된다.
내달에는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을 육성하는 내용의 '수출 경쟁력 강화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