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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카카오와 은행 대주주 적격성

  • 2015.12.04(금) 09:30

현행법상 문제 없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해외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의 대주주 심사 강화


예전같았으면 카카오든 카카오 1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든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지 관심을 둘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금융권에서 카카오와 김범수 의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사실상 카카오에서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은행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산업자본의 진출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인수를 50%까지 허용(은산분리 완화)하는 은행법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어쨋든 그 길을 터주면서 카카오와 같은 산업자본이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지난달 30일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TF부사장이 사업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카카오에 무슨 일이? 

카카오뱅크는 얼마 전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도 받았는데요. 공교롭게 요즘 김범수 의장과 관련해 많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도박 혐의로 은행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요. 김 의장은 9월30일 기준으로 카카오 지분 20.95%를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그의 처남 형모씨가 지난 2013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기 전 카카오 주식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당시 카카오의 3대 주주였던 형 모씨가 53억 원어치의 주식을 파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검찰은 지난 3일 이 건으로 당시 해당 주식 블록딜을 중개한 뒤 금품을 받은 혐의로 거래소 직원을 구속기소했습니다.

당시 알선을 의뢰하고, 금품을 제공한 형 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돈의 출처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습니다. 형 씨는 9월 말 기준으로 카카오 지분 2.6%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No Problem'

이번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아직은 가늠하긴 어렵습니다. 궁금한 것은 이런 논란들이 은행 대주주 자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일 텐데요.

은행법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아예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요.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의 대주주인 법인을 심사하는 것이지 개인은 대상이 아니어서 은행법 상으론 문제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사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카카오가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도 아닙니다. 만약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카카오라는 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법이나 금융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어서 김범수 의장이나 그 일가는 아예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요.

 

#그래도 자유롭지 않은 적격성

그렇다면 이것을 단순히 정서법 상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까요. 그리 간단해 보이진 않습니다.

효성 역시 계열사들이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인 케이뱅크와 아이뱅크에 주주로 참여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CEO가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는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일면서 결국엔 컨소시엄 참여를 철회했습니다.

어찌됐든 정부가 인터넷은행에 한해선 산업자본이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습니다. 물론 50%까지 지분을 인수하려면 은행법 개정이란 험난한 길이 남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방침이 있었기에 카카오를 비롯해 KT, 넷마블, GS리테일 등 산업자본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사실 그동안엔 산업자본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이 논란을 일으킬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산업자본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좀 더 엄격한 잣대와 기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장 카카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어느 기업이든 앞으로 이런 논란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겁니다.

은행법 제 8조(은행업의 인가) 4항을 보면 '대주주가 충분한 출자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을 갖출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은행 대주주로서 사회적 신용을 중시하는 법 취지를 고려하면 그 대주주가 법인인지, 개인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개인이든 법인이든 법적·도덕적으로 논란이 있는 대주주가 참여한 은행에 안심하고 돈을 맡기기 힘들지 않을까요.


#산업자본 길 터주면서 대주주 심사 강화 등 법·제도 보완 필요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은행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할 때 청렴도와 평판까지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이라고 해도 산업자본이 들어올 때는 적격성 심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지난 2000년대 은산분리를 완화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포함한 이업종의 은행 진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주주 적격성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동태적 적격성 심사를 통해 인가 시점은 물론이고, 인가 이후에도 자격이 유지될 수 있는지 등 사후적으로도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고 있습니다. 

재벌이나 오너가의 사금고화 우려에서 시작된 것인 은산분리인데요. 은산분리 완화는 야당의 반대로 이번 국회에선 사실상 물거너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카카오와 같은 논란이 계속 생기는 이상 은산분리 완화는 요원해보입니다. 적격성 심사 강화라는 보완책을 통해 논란을 차단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강조하는 금융개혁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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