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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안 가봤지만 익숙한 인터넷은행의 길

  • 2015.12.03(목) 15:12

20년 전 등장한 해외 인터넷은행의 성패 엇갈려
분주한 대형 은행…악화하는 업황이 관건일 수도

'메기 두 마리, 금융권 지각변동' vs '찻잔 속 태풍, 미꾸라지 신세'

인터넷 전문은행 성패에 대한 전망은 극명하게 갈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은행이어서 예측이 어렵기도 하지만, 참고할 만한 여러 사례에서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터넷 전문은행은 해외에선 이미 20년 전부터 등장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많은 인터넷은행이 탄생하고, 퇴락했다. 우리나라에선 증권과 보험 업계에 이미 '인터넷 전문' 금융사가 있다. 이런 사례를 교훈 삼아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 특화 고객 유치 '관건'

해외 인터넷은행의 사례를 보면,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한 고객 유치가 중요하다. 1세대로 불리는 초반 인터넷은행들은 고객 유치에 지나친 마케팅 비용을 쓰다가 무너졌다. 미국의 경우 1995년부터 지금까지 38곳의 인터넷은행이 등장했다가, 이 중 14곳이 사라졌다. 실패한 이들은 기존 은행과 비슷한 유형의 예대 업무에 치중했고,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했다. 일본이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살아남은 인터넷은행의 특징은 은행 업무 전반에서 '새로움'을 추구하기보단, 특화한 영역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찰스슈워브와 일본의 다이와넥스트는 모기업 증권사 고객을 기반으로 했고, 미국 GM의 '앨리뱅크'는 자동차 시장에 특화한 오토론과 리스로 승부했다. 최근 유럽 등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젊은층에 친숙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편리함과 신선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금리 대출 외에 특화한 상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중금리 대출은 기존 금융사도 아직 개척하지 못한 영역인 데다가, 두 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고객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다.

 

▲ 1세대와 2세대 인터넷 전문은행 특징 비교. LG경제연구원

 

◇ 단점 극복하려는 대형 은행

'우리 동네 네오뱅크(케이뱅크)', '내 손안의 모바일은행(카카오뱅크)'. 두 사업자가 내세우고 있는 장점은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접근성과 편리함 등이다. 오후 4시에 문을 닫고, 신용이 높지 않은 이들에게 문턱이 높은 기존 금융사의 '단점'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는 대형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는 점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은 '생체 인증 방식을 통한 무인점포 시스템 가동', '인터넷 뱅킹 개편', '탄력근무제', '중금리 대출', '빅데이터 활성화' '찾아가는 은행' 등 변화를 꾀하는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인터넷은행과는 다르지만, 국내 외국계 은행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약 10년 전 선진화환 금융 기법을 갖춘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나타나면서 정체한 '토종 은행'들을 위협하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들도 당시 일종의 '메기'였다. 그러나 토종 은행들이 외국계 은행 인사를 받아들이거나 선진 기법을 도입하며 어느 정도 변화를 이루면서 '찻잔 속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관련 기사 : 두 외국계 은행의 엇갈린 운명(?)

◇ 악화하는 업황에서 수년간 버티기

인터넷은행에 가장 큰 위협은 어쩌면 악화하는 금융권의 '업황'일 수 있다. 저금리의 고착화로 은행 예금의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예금금리를 1~2% 높여주고, 혹은 이자를 포인트로 준다고 해서 고객을 획기적으로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 은행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여겨지는 '인터넷 금융사' 키움증권을 보자. 낮은 가격과 부가 수익(자산운용) 창출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되지만, 설립 직후 증시 호황이라는 '행운'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악화하는 업황 속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은 자칫 시장은 커지지 않은 채 기존 금융사의 영역만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당분간의 적자를 감당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에 대해 "중장기 성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사업 성공 여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으므로 과도한 기대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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