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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성과주의]①공기업 '무리수' 부메랑되나

  • 2016.06.09(목) 10:11

공기업 도입 과정서 카드 모두 소진
노사 모두 민간 금융권 반응은 싸늘

금융위원회 주도로 금융 공기업들이 성과주의 도입을 완료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공기업이 성과 연봉제 도입에 애를 먹었는데, 정부와 사용자 측이 드라이브를 걸자 며칠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금융위원회는 이 기세를 몰아가겠다며 민간 금융회사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반면 노조와 야당의 반대를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과주의의 민간 확산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9개 금융 공공기관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성과 중심 문화를 전 금융권으로 확산해 금융개혁을 완수해 나가겠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정부가 주인인 공기업도 저런 상황인데 민간이 잘 되겠습니까. 공기업처럼 개별 동의서를 받거나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방식이요? 거기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잖아요. 추이를 더 지켜봐야죠." (금융권 노사협상 사측 관계자)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을 두고 금융위와 민간 금융권의 시각에는 온도 차가 확연하다. 금융위는 이제 공기업은 마무리했으니 민간까지 분위기를 몰아가겠다며 다시금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민간 금융사들은 오히려 공기업 사례에서 불거진 갈등 탓에 섣불리 움직이길 꺼리는 눈치다. 특히 노조 측은 정치권과 연계하며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앞으로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 공기업 이어 한은·금감원으로 확산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4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이제 남은 과제는 성과 중심 문화를 금융 공공기관에 안정적으로 시행해 정착시키고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말 수출입은행을 마지막으로 9개 금융 공기업 모두 성과주의 도입을 완료하자 이제 화살을 민간 금융사에 겨눴다.

 
▲ 임종룡 (왼쪽 두 번째) 금융위원장이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제4차 금융위원장-금융공공기관장 성과중심 문화 확산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각 금융 협회 등 관계 기관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이달 중 성과연봉제 확대 개편안을 확정해 노조 측과 협상을 시작하고, 금감원 역시 관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위는 애초 이처럼 공기업을 시작으로 금융권 전반에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임 위원장도 "성과주의 문화 확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 민간 금융권 '싸늘'…노조 총파업 거론

그러나 정작 민간 금융권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노사협상에 임하는 사측 관계자조차 "이제야 시작한 데다가, 갈 길이 멀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금융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을 거론하며 "직원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 의결을 강행하는 방식의 합법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아직 있지 않으냐"며 "추이를 지켜봐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금융사 역시 성과주의 논의를 위한 노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있지만, 형식상 만들어 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통합, 우리은행은 민영화 등 각자 시급한 과제는 따로 있다"며 "TF가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가 단체협상을 하고 있어 개별 논의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논의는 이제 막 시작했는데 금융노조 측은 벌써 파업 의지까지 다지고 있는 분위기도 문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8일 '10만 공공·금융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현대 대부분 공공기관이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해 향후 대규모 법적 다툼은 불가피하다"며 "불법적 도입을 사실상 묵인한 책임에 대한 정부의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무리하게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을 추진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라며 "직원 동의서와 이사회 의결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써서 정작 민간 금융사에 적용하기가 더 어려워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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