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갈길 먼 성과주의]②정치권으로 커진 판 어쩌나

  • 2016.06.09(목) 10:15

노사협상 시작…내달 은행 가이드라인
야당 가세하면서 정치 이슈화 '부담'

금융위원회 주도로 금융 공기업들이 성과주의 도입을 완료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공기업이 성과 연봉제 도입에 애를 먹었는데, 정부와 사용자 측이 드라이브를 걸자 며칠 만에 상황이 뒤집혔다. 금융위원회는 이 기세를 몰아가겠다며 민간 금융회사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반면 노조와 야당의 반대를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성과주의의 민간 확산 현황과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


 


민간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논의를 위한 판은 벌어졌다. 민간 적용의 전 단계인 공기업 도입이 형식적으로나마 마무리됐고, 노사 단체 협상도 시작했다.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은행연합회의 경우 최근 성과주의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내달 말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제는 성과주의 이슈가 정치권까지 확대하고 있다는 데 있다. 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고, 야당은 성과주의 도입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요인을 확인하겠다며 공기업 수장들과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성과주의를 두고 대결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 은행연합회 내달 가이드라인…본격 논의

금융사 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최근 두 차례 만나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다. 오는 10일 3차 협상을 진행하는 등 논의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다만 양측은 두 차례 협상에서 견해차만 확인하고 진척은 보지 못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신입직원 초임 삭감, 신규채용 확대, 호봉제 폐지 등을 요구했고, 노조는 정반대로 성과평가를 통한 해고 금지, 개인별 성과 차등제 도입 금지, 신입직원 차별 금지 등을 제시했다. 앞으로도 견해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별개로 시중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성과주의 도입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올 7월 말쯤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각 은행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가 공기업 성과주의 도입을 위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과 비슷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금융당국의 압박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정부가 하라고 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시도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융노조 "국회 연계 투쟁"…정치화 부담

문제는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수록 이슈가 정치화·장기화한다는 데에 있다. 정부가 주인인 공기업의 경우 노조의 반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민간 금융사는 다르다. 금융노조는 한국노총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성 조직으로 통한다. 

▲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공공·금융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금융노조)

게다가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로 짜였고, 야당은 벌써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주의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더민주 진상조사단은 조사 공공기관 모두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노동청에 신고하고 국가인권위에 제소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등의 직권남용 월권행위에 대해서 각 상임위 차원에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금융노조도 장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진상조사에 그치지 않고 불법적 사태에 대한 처벌과 국회 내 특위 설치 요구, 입법 청원 등 국회와의 연계 투쟁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