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이광구 우리은행장만 애타는 민영화

  • 2016.06.23(목) 17:22

민영화 3당사자 모인 자리, 이광구 행장 "30% 매각 자신"
시장 태핑 시작했지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온도차 확연

이광구 우리은행장 "매각 공고가 나와야 (우리은행 투자자들이) 움직일 겁니다. 매각 스킴이 나오면 (우리은행 지분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지금 시장에 매물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자회사들도 쏟아질테고요. 허허허"

23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정문 앞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나란히 섰습니다. 우리은행에서 열리는 예금보험관계 설명·확인제도 시연 행사를 앞두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맞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는데요. 몇몇 기자와 함께 나눈 대화입니다.

올해 해외 IR 성과와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해 묻자 이광구 행장은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곽범국 사장은 대뜸 매물이 쏟아진다는 얘기를 꺼냈습니다. 물론 가볍게 농담처럼 건넨 얘기였지만 민영화에 온힘을 쏟고 있는 이광구 행장 입장에선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굳이 풀자면 시장에 온갖 매물들이 쏟아지면서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적기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리니까요.

 
▲ '민영화 좀 하시죠' 임종룡 위원장을 멀찌감치서 바라보는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명근 기자 qwe123@

◇ 민영화 세 당사자 모였는데

이날 행사엔 모처럼 우리은행 민영화 추진의 세 당사자가 모두 모였습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매각과 관련한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이고, 예보는 정부를 대신해 우리은행에 공적자금을 넣고 현재까지 우리은행 지분 51%를 갖고 있는 기관입니다. 이들이 모였으니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매각을 위한 여건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며 "그런 점을 감안해 의지를 갖고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아직 매각 스케쥴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행장은 추가적인 IR계획을 묻는 질문에 "8~9월에 매각공고가 나온다는 언론보도도 있는데 그 일정을 생각하면 공정거래 이슈가 있어서 임박해서는 나갈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행장은 올 상반기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기업설명회(IR)를 열었는데요. 그 결과 주가도 1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도 성공한 듯 보입니다. 임 위원장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고요.

하지만 실제 매각 추진을 놓고선 여전히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 '우리는 갈 길이 다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곽범국 예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웃음을 짓고 있다. 뒤쪽의 이광구 행장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30% 매각 자신 VS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온도차
 
이 행장은 정부 지분 가운데 30% 매각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 행장은 "미국 유럽 등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있어 30% 정도 매각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20곳의 해외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4% 정도를 인수할 생각이 있기 때문에 8곳 정도만 추려도 30% 매각은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정부에선 낙관만 하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 위원장의 민영화 의지는 늘 하셨던 말씀"이라며 "(민영화 성공에 대해선)우리은행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너무 긍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민영화 관계자도 "우리은행에서 열심히 하는 것은 나쁘진 않지만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선 매각 주체가 아닌 매각 대상이 세일즈를 하는 것이어서 해외 투자자들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해외투자자들이 이 행장에게 '관심있다' '투자하겠다'고 얘기한 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순 없다는 겁니다.

양 쪽의 입장이 다른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금융위는 이미 네 차례의 실패 경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기업 구조조정 등 다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고요. 또 한편에선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지금 고위공무원들이 일을 안한다고요.

반면 이 행장은 다급합니다. 올 연말 2년 임기가 끝납니다. 물론 재임기간 실적도 좋았고, 주가도 올랐고 나쁘지 않은 평가입니다. 하지만 민영화가 뒷덜미를 잡는 분위깁니다.

◇ 시장 태핑 시작...발걸음은 뗏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도 매각을 위해 본격적인 수요 조사에 나섰다는 겁니다. 매각 주간사를 통해 태핑을 시작한 건데요. 그 결과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 마지막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말이죠. 수요조사 결과에 따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위가 결단을 내릴 일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