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은 지난 2년간 민영화를 위해 '매력적인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진정한 민영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질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 변화보다 안정..연속성 유지하되 1등 종합금융그룹 비전 탄력
우리은행 임추위원들도 결국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금융환경의 불확실성뿐 아니라 올해 조기대선에 따른 정국변화와 정부의 추가적인 우리은행 지분 매각 가능성 등 대내외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 시기에 새 행장을 맞이해 조직과 전략을 전면 재편하는 것은 임추위는 물론이고 우리은행에도 부담이다. 경영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전략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위기와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강한 추진력 역시 내정 배경으로 꼽힌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이 행장이 강조해 온 뒷문잠그기(건전성 개선), 곳간 채우기(수익중심 영업)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보단 여전히 열악하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9월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5%로 신한(0.79%), 국민(0.88%), KEB하나(1.02%) 등 경쟁은행 중 가장 뒤처진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마찬가지다.
이를 개선하면서 금융권의 새로운 경쟁환경에도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행장이 지난 22일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 ▲글로벌 비즈니스 질적 성장 ▲IB 강화 ▲이종산업 진출 활성화 등 5대 신성장동력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금융영토를 확장하고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 인사·조직 비효율 해묵은 과제 시급
당장엔 공정한 인사시스템 도입과 운영이 시급하다. 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옛 상업·한일은행간 해묵은 갈등을 비롯해 정부 은행으로 지내면서 생긴 인사청탁 등의 부정적인 기업문화와 비효율 등 구태를 청산해야 한다. 진정한 민간은행으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신상훈 사외이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양 은행이 통합한지 16년이 됐고, 이제는 평가시스템만 공정하게 작동하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임추위의 최종 면접에서도 이같은 인사제도를 지적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두번 연속 상업 출신의 행장 배출과 연임에 대한 일각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추스르고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은 이광구 행장의 몫이다. 어쩌면 행장 선임 이후로 미뤄놓은 임원급 인사가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경쟁은행들이 최근 1~2년간 무거워진 조직을 가볍게 하면서 비용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점 또한 우리은행의 조직 및 비용 효율화를 재촉하고 있다. 정부은행으로서 다소 느슨했던 조직을 다잡고,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다.
◇ 더 깐깐한 시어머니와 새 지배구조 안착도
우리은행엔 과거보다 더 깐깐한 시어머니(과점주주 사외이사)가 등장했다. 면접과정에서 임추위원들이 이 행장에게 그동안 거론됐던 6가지 지적사항을 꼽아 해명하도록 한 점만 봐도 그렇다.
이런 깐깐한 사외이사들과 궁합을 맞춰가며 민간은행으로 안착시키는 것 역시 이 행장의 숙제다. 그 자체로도 새 지배구조를 안착시키는 비결이기도 하다.
과거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진이 거수기 역할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의사결정 과정들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정부의 추가적인 정부 지분 매각 가능성도 있다. 안정적인 경영을 기반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배구조를 완성해 나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