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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에 아슬아슬"이 부른 금감원 참사

  • 2017.09.20(수) 14:02

감사원 금감원 감사 결과
부당채용 등 중징계 요구

▲ 그래픽/유상연 기자

 

"지원자 00이 필기시험 합격가능한 수준인가요?
"필기시험에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채용을 담당하는 총무국장과 인사팀 선임조사역 간에 메신저로 나눈 이 대화는 결국 부당한 채용으로 이어졌고, 금감원엔 화를 불렀다.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김수일 전 금감원 부원장의 변호사 특혜채용 비리 이외에도 최근 1~2년간 부당하게 채용업무를 처리한 것이 여러 건 드러났다. 감사원은 올해 3~4월 진행한 '금감원 기관운영감사' 감사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부당한 채용업무 처리 사례를 정리했다.


#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2016년도 5급 신입직원 채용 당시의 일이다. 당시 총무국장인 A는 지인으로부터 합격문의를 받은 지원자에 대해 인사팀 소속 선임조사역에게 문의했고 이에 대해 "필기시험에 아슬아슬한 상황"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 결과 내부 회의를 통해 3개 분야(경제, 경영, 법학) 채용 예정인원을 각 1명씩 늘리도록 지시했고, 해당 지원자는 필기전형에 추가 합격해 최종 합격까지 했다. A는 2차 면접 위원으로도 참석해 해당 지원자를 포함한 5명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애초 금감원은 신입직원 채용인원 53명에서 3명을 추가채용하기로 했다가 2차 면접시 채용예정인원을 다시 53명으로 환원, 53명만 최종합격했다.
 



# 면접 과정서 갑자기 세평조회

수석부원장 B는 2차 면접 후 담당국장 A로부터 합격자를 대상으로 세평을 조회하자는 말을 듣고, 당초 계획에 없던 세평을 조회하기로 결정했다. 세평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평판이나 비평을 말하는 것으로 통상 인사를 앞두고 주변 지인이나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인물들에게서 들어 취합한다. 금감원은 이후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3명을 탈락, 추가합격자를 결정하면서 지원분야도 다르고 예비후보자보다 후순위자를 합격시켰다.

경영학 분야의 경우 세평에 부정적 의견이 없었던 지원자를 불합격시켰다. 당시 이 지원자(직장 근무경력 있음)의 세평은 "퇴사 이유는 회계법인의 업무강도가 높자 결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자 했다함.(현재 결혼했지만 직장을 구할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함)" 이었다.

반면 세평이 부정적 의견으로 조회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이 지원자의 세평은 "일을 피하는 성격이며 자기계발에 열중"으로 부정적 의견으로 조회됐다. 금감원은 이후 추가합격자를 결정하면서 경영학 분야가 아닌 경제학 분야에서 결정하고, 예비후보자도 아닌 사람을 세평조회 없이 합격시키기도 했다. 감사원은 자의적이라고 판단했다.

# 고무줄 점수에 금감원 출신 OB 특혜 

2016년 3~5월 민원처리 전문인력 40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하게 처리했던 사례가 드러났다. 일부 평가 항목을 권한이 없는 인사팀에서 수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서류전형의 자기소개서 평가 항목 중 경력적합성(30점) 항목은 금융민원센터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 중 지원자 5명에 대해 근무성적이나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센터에서 평가한 적합성 점수를 인사팀 담당자들이 서로 상의 후 수정했다. 합격대상이던 해당 5명은 서류전형 불합격자로 변경됐다.

전문인력 채용에 지원한 지원자들의 경력기간 평가에서도 D국장은 금감원 출신 3명을 포함한 최소 16명이 지원서에 실제 경력기간이 25년 이상(만점에 해당)인데도 이보다 짧게 기재해 불합격 대상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D국장은 금감원 출신자에 대해서만 인사기록에서 경력기간을 수정해 줄 것을 지시했다. 금감원출신 3명은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모두 최종합격했다.

 

면접전형에서도 금감원 출신 지원자가 인성검사 결과 좋지 못한 점수가 나왔지만 근무당시 평판이나 근무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특혜를 줬다. 평판조회에 따라 추가 합격자를 선정하는 경우 예비명단에서 합격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는데 예비명단에 없던 지원자의 합격을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부당한 채용업무를 주도한 전 총무국장을 면직하는 등 4명에 대해 중징계하고 직원 2명에 대해 문책하도록 금감원장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채용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3명에 대해선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요청했다.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서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인사자료 활용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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