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는 사실상 산업은행 국정감사였다. 이동걸 회장과 산업은행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끝없이 이어졌다.
핵심은 한국GM의 법인분리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응이 적절했느냐였고 이외에 자회사 KDB생명보험 부실, 산업은행 퇴직자들의 투자회사 재취업 등도 도마에 올랐다.
◇ 한국GM R&D법인 분리, 부실대응·먹튀 가능성 등 논란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추진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자금지원 협의전인 지난 4월 이를 이미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정감사 자리에서 의원들의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5월 기본계약서 체결 이전인 4월말 마지막 협상 말미에 GM이 (R&D) 법인분리를 거론했다"며 "논의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19일 2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주총회를 개최해 R&D법인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해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금지원 후 '먹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산은이 한국GM의 법인분리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대처나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GM이 정부지원을 받고, 분할하고, 매각하는 것이 전략"이라며 "(사전에 인지했다며) 계약을 마무리할 당시 분명히 법인분리를 못하도록 명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회장은 법인분리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이를 계약서상에 분명히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예측해 계약서상에 넣을 수 없었다"며 "협상의 주요 목적이 얼마간 국내에서 생산을 유지할 것인지에 중점을 뒀고 10년 생산유지, 설비투자 계약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의 법인 분리가 사실상 공장폐쇄와 한국철수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8100억원 손실 난다고 했을 때 GM도 4조~6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어 어떤 의미에서 먹튀논란을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절차상에 분명한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법인분리 의도와 취지는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무조건 반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한국GM의 법인분리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또 한국GM에 법인분할 후 구체적인 사업계획 등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를 제출하지 않아 정확히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에 투자하기로 한 7억5000만달러중 아직 집행하지 않는 3억7500만달러 집행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며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적으로 반대하면 안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이어 "집행을 거부하면 GM과 맺은 기본계약서 자체가 파기되고 GM은 언제라도 철수할 수 있다"며 "GM이 10년 동안 한국시장에서 생산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3억7500만 달러를 납입하고 GM 측에 의무를 지게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법인분할에 대해 산업은행과 다른 발언을 했다.
그는 "7월 21일 신설법인 발표 후 4번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산은출신 이사들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통해 앞서 19일 주총을 통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사장은 R&D법인 분리와 관련해 한국시장 철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의 법인분리가 한국시장 철수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GM의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철수 계획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계획대로 법인 분리가 이뤄질 경우 12월 산은의 추가 투자자금이 어느 법인에 투자되는지에 대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설투자는 대부분 존속법인 즉, 기존 제조·생산 법인에 대부분 투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산은의 비토권 행사와 관련해 최 부사장은 "특별결의 사항에 의해 법인분리가 무효가 될 수 있느냐"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번 법인 설립은 주주인 산업은행의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한다"고 답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은 한국GM의 법인분리 의도에 대해 "사측에 (관련 내용) 5차례 요청 했으나 한차례도 응하지 않고 일방통행으로 진행해 단체협약 승계 및 노조승계를 하지 않고 분명하게 먹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본다"며 "내년 1월 간접구매 담당부서에 글로벌 비즈니스부서를 신설한다는 제보를 방금 받았는데 이 또한 법인 분리 통해 외주화 내지 2, 3차 신설법인을 분리해 매각하기 위한 여러 꼼수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연구개발법인 분리에 반발해 파업을 포함한 쟁의에 필요한 법적 권리를 확보하려던 한국GM 노동조합의 시도는 일단 불발됐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가 지난 12일 제기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면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노조는 이를 염두에 두고 지난 15~16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8.2%의 찬성을 확보해뒀다. 그러나 중노위 결정으로 합법 파업이 무산됨에 따라 추후 대책을 논의 중이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생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에 대한 부실과 관련해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KDB생명은 10년간 1조2000억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부실하고, 2020년까지 2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인데, 비슷한 기간 1조8000억원에 민간에 매각된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은 4조원의 차익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회장은 이에 대해 "KDB생명은 애초에 인수하지 않었어야 할 회사"라며 "직전 3년간 누적적자가 7천500억원으로 인수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는데 이 부분에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조조정 기업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보인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ING생명은 건전한 회사를 판 것으로 KDB생명과 ING생명은 비교 대상이 안된다"고 해명했다.
◇ "산은 퇴직자, 대출회사에 고위직으로 재취업"
산업은행 퇴직자들의 재취업 문제도 지적됐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산업은행 퇴직자 고위직 20명이 산은과 대출계약을 맺은 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산업은행 퇴직자 중 28명이 재취업했으며 이중 20명은 산업은행과 총 1조3828억원 규모의 대출계약이 남아있는 업체 20곳에 재취업했다. 이들은 대표이사, 부사장, 재무담당이사, 감사·본부장·고문·이사 등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김 의원은 "대출계약을 맺은 기업에 산업은행의 퇴직임직원 가는 건 보은성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한정한 낙하산 전면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