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명근 기자] |
카드사가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사(CB, Credit Bureau)를 겸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통신료·온라인쇼핑 내역 등 비금융 정보로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도 도입된다. 신용평가사에 빅데이터 사용도 허용해 국내 신용정보산업에 새로운 '메기'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국내 신용정보산업은 한국기업데이터(KED)·나이스평가정보·SCI평가정보 등 6개 신용조회사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밀폐된 구조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산업 빗장을 풀어 새로운 선수(Player)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소상공인, 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가 생긴다. 금융위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사업을 신설해 신규 회사 진입을 허용할 계획이다. 최소 자본금은 50억원이다. 특히 가맹점별 매출내역 등 정보를 보유한 카드사가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겸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지난 7월 기준 개인사업자는 663만명, 개인사업자대출은 598조원에 이른다.
권대영 금융혁신기획단장은 "현재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는 '사업'이 아닌 '개인의 신용도' 등으로 판단한 깜깜이 평가였다"며 "앞으로 업종, 위치, 휴업과 폐업 여부 등으로 개인사업자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카드, 국민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에 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통신료 등 비금융정보로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도 도입된다. 현재 개인신용평가는 대출과 카드 등 금융정보 중심으로 이뤄져 금융이력이 없는 20대 등이 신용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2016년 기준 2년내 카드와 대출 이용 실적이 없는 국민은 1107만명에 이른다.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사는 통신·전기·가스 요금납부, 온라인 쇼핑 내역, SNS 정보 등을 활용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의 FICO는 통신료와 공공요금 납부정보를 활용해 금융이력부족자 1500만명에 대한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고 미국 렌도(Lenddo)는 SNS 포스팅 등 260억개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신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은 50억원에서 5억~20억원으로 낮아지고 금융기관의 50% 출자의무도 없어진다. SKT, KT, 롯데쇼핑, 이마트,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에서부터 중소 핀테크 업체까지 신용평가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위는 또 신용평가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의 3대 신용평가사인 익스페리언(Experian)은 이익의 23%를 금융거래와 임대료 정보 등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에서 거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2015년부터 국내 신용평가사가 영리목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컨설팅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 신용평가사도 익명정보의 제공, 빅데이터 분석과 컨설팅, 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 등 업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평가가 해외처럼 소상공인 마케팅 전략수립, 상권분석, 대출모형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은 지난 15일 발의된 신용정보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추진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