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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서른살 생보사들의 잔치는 어땠나

  • 2019.06.04(화) 19:00

DB·동양·메트라이프·푸르덴셜생명 30주년
미국 시장개방 요구로 설립..생보시장 확대 출발점
저금리·저성장·저출산 위기속 전략은?

서른살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신없이 지나간 이십대의 끝에서 다시 자신을 돌아봐야할 때, 책임이 커지는 만큼 미래에 대한 걱정도 커 인생의 새 고비를 준비해야할 때 등 '서른'이라는 숫자가 주는 인상은 매우 다양하다.

올해 서른살을 맞은 생명보험사들이 여럿이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의 3중고 속에서 30주년을 맞은 생보사들의 현 모습을 짚어봤다.

◇ 같은 탄생 배경 동갑내기 생보사 4곳 

올해 국내사, 외국사를 포함해 총 네곳의 생명보험사가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4월부터 6월까지 2개월 동안 네 곳이 탄생했다. DB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성장해 온 모습은 다르지만 등장 배경은 같다. 미국의 국내 생명보험시장 개방 요구다.

1983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미국 보험사 지점의 영업환경 개선과 보험시장 추가 진출을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1985년 3, 4차 한미경제협의회에서 미국 생명보험사의 한국시장 진출 요청이 정식으로 제기됐다.

우리 정부가 "국내 생보시장이 협소해 내국인에게도 추가 신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시장 개방을 반대하자 1986년에는 미국통상대표부가 국내 보험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며 압박했다.

미국 정부와 보험사의 압박에 우리 정부는 결국 1986년 7월 외국생보사 설립허가기준 및 외국생보사 국내지점 설치 허가기준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1987년 4월 라이나생명의 한국지사 설립으로 시장개방이 시작됐고 1989년 합작사 혹은 현지법인 형태의 본격적인 생보시장의 대외개방이 이뤄졌다.

1989년 4월에 동부애트나생명(현 DB생명)과 동양베네피트생명(현 동양생명)이 설립됐고 6월에 코오롱메트생명(현 메트라이프생명), 한국푸르덴셜생명(현 푸르덴셜생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서른살 동갑내기가 된 배경이다.

사실상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시장개방이었지만 시장을 개방하면서 묶여있던 국내 보험사 추가 설립도 물꼬가 트였다. 전국규모 생보사를 비롯해 지방생보사들의 설립도 본격화 된 것이다.

1989년 같은해 대신생명, 태평양생명, 국민생명, 한덕생명, 한국생명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쳐오며 현재 다른 보험사에 계약이전을 하거나 흡수합병 되며 사라졌다.

현재 30주년을 맞은 보험사가 4곳 뿐인 이유다. 이들은 이 시련을 버티며 성장해온 곳들이다.

◇ 저금리·저성장·저출산 3중고 속 형편 제각각

그러나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말처럼 시장개방 이후 줄곳 성장세를 이뤄오던 생보시장에 위기가 닥쳐왔다.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성장정체를 넘어 수익감소로 이어지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저금리 장기화와 저성장·저출산으로 인해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시장포화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가장 먼저 해지하는 것이 보험상품이어서 덜 가입하고 해지는 늘어나는 상황이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위기를 견딜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형보험사들은 이 불황을 견뎌내기 쉽지 않다.

올해 서른살을 맞은 DB생명, 동양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은 중소형사에 속한다.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불황을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게 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한다.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새시장 혹은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같은 상품이라도 대형사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그러나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이 줄어드는 불황에서 쉽지 않다. 이런 전략은 체력이 약한 중소사들에게 오히려 장기적인 부담을 키운다.

실제 2~3년전 동양생명과 DB생명이 업계 최고 수준의 최저보증이율을 내세워 판매한 일시납 양로보험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당시 시중금리가 1%대로 떨어지자 중소형보험사를 시작으로 2% 중후반의 최저보증이율을 약속한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시 저축성 성격의 양로보험은 보험부채를 키워 자본확충 부담을 키운다. 그러나 당장 덩치를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저금리가 장기화 되고 시장포화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DB생명은 2015년 512억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이 2018년 246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24%에서 1.09%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보험사 건전성 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은 182.36%에서 177.59%로 낮아졌다. 당국 권고치인 150%를 살짝 넘어서는 수준이다.

동양생명은 2015년 중국 안방보험으로 인수되면서 대주주의 자본확충을 기대하며 양로보험 판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2015년 당기순이익 1510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2018년에는 513억원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그 사이 대주주인 안방보험이 창업주의 사기·횡령혐의로 지난해부터 중국정부의 위탁경영을 받으면서 동양생명에 대한 매물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기간 동양생명의 RBC는 239.18%에서 205.48%로 3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영업이익률은 3.66%에서 0.98%로 곤두박질쳤다.

작년과 올해 DB생명은 1000억원대, 동양생명은 6000억원대에 이르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보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이에 따른 이자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외국게생보사인 메트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본사차원의 리스크관리로 위기관리능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보이고 있다.

메트라이프는 2015년 당기순이익이 686억원에서 2018년 1266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3.6%에서 6.23%로 확대됐다. 달러종신보험 등 미국 본사 자산을 활용한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 자산운용 노하우 활용이 지속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운용자산 이익률은 지난해 업계 최고인 5.1%를 기록했다.

푸르덴셜생명은 보장성보험의 꽃인 종신보험에 집중해온 것이 현재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체력을 키웠다. 당기순이익이 2015년 1259억원에서 2018년 1644억원으로 꾸준히 유지·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05%로 업계 2위를 차지했다. RBC 역시 2018년 기준 461.8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IFRS17 도입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한 우려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선진화된 해외 보험문화 및 상품 도입을 통해 역동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모습은 최근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역시 현재 어려운 국내 보험영업환경하에 놓여있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설계사 수와 신계약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 앞으로 100년 전략은?

IFRS17과 K-ICS가 본격 도입되는 2022년이 되면 보험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것과 유사한 충격이 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2022년에는 현재 30주년을 맞은 보험사를 비롯해 6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보험사들도 위상이 어찌 변화될지 알 수 없다.

올해 서른살을 맞은 생보사들의 향후 전략은 어떠할까.

DB생명은 30주년을 기념해 '고객님의 백년을 보고 준비합니다'라는 슬로건을 세웠다. 외형보다는 내실있는 경영으로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를 넘겨온 저력이 있으니 이를 이어 간다는 포부다.

DB생명 관계자는 "보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보장성 보험의 지속적 개발을 통해 고객의 100년 인생을 든든히 지키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과거 어려움 속에서도 경영권 변동없이 20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높은 경영효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회사로 지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동양생명 역시 외환위기, 글로벌금융위기에 2013년 동양그룹 사태까지 수많은 위기와 변화속에서 쌓아온 위기대응 및 리스크관리 능력을 지난 30년을 이끌어온 원동력으로 꼽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동양생명이 가진 전문성과 위기 극복 DNA를 바탕으로 경기침체와 인구고령화, 저출산, 높은 가계부채 비율 등 보험산업이 직면한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갑내기 외국계 보험사 두곳은 미국 본사 차원의 선진 운용노하우를 유지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본사차원의 리스크관리로 위험성이 높은 치아보험, 치매보험 등은 판매하지 않고 수익성 높은 차별화된 상품과 헬스케어서비스 등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며 "2022년 이후가 되면 오랜기간 리스크 관리를 해 온 회사들의 저력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르덴셜생명은 "전문성있는 설계사 선발과 육성으로 건전한 보험문화를 이어가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고객중심'의 미션을 이어가기 위한 리스크관리에도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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