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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장애등급제 폐지…'보험분쟁 확대 우려'

  • 2019.06.18(화) 17:16

"기존 가입자, 기존 등급 기준 따라 보험금 지급"
등급 심사주체 국민연금→보험사.."심리적 저항 우려"
회사·시기별로 약관 달라 소비자 혼란 가능성

다음달부터 보험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애등급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받는' 보험에 가입한 경우 기존 장애등급 기준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7월부터 장애등급을 심사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보험사로 변경돼 가입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회사나 상품별로 약관이 '장애인이 되었을 때'와 '장애인으로 등록 되었을 때'로 나뉘면서 장애등급 기준 적용 시기가 달라지는 점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7월부터 장애등급제 폐지…관련 담보 '판매중지'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의 등급을 나눴던 장애등급제가 오는 7월 1일부터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해당 장애인에 맞춰 복지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등급에 따라 보상이나 복지를 달리해왔다. 이에 따라 필요치 않은 장애인에게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거나 반드시 복지를 받아야 하는 경우임에도 오히려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존에 1~6등급으로 나뉘었던 장애등급은 앞으로는 장애종합판정 체제로 전환돼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인(1~3등급)'과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4~6등급)'으로 구분된다.

이에 따라 각 장애등급별로 진단보험금이 지급되던 ▲질병특정고도장해담보 ▲정신적장애진단담보 ▲뇌병변장애진단담보 등은 앞으로 사라진다. 7월부터 등급 구분이 달라져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올해초부터 관련 상품에 대한 판매를 중지하거나 오는 7월부터 해당 담보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보험금 지급 기준이 달라져 해당 담보를 오는 7월부터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며 "신규 가입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담보 폐지로 일부 선택권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후유장애 관련 담보가 확대된 만큼 영향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장애등급 심사 주체 국민연금공단→개별 보험사

문제는 기존 가입자다. 장애등급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것은 유효하지만 정부가 등급제를 폐지하면서 등급을 심사하는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애등급은 본래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심사 전문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에서 이뤄졌다. 공단은 의료기관 전문의사로부터 받은 장애진단서 및 장애유형별 필수 구비서류를 받아 2인 이상 전문의사가 참여하는 의학자문회의를 개최해 장애등급을 심사해 결정해 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역할을 보험금을 지급하는 개별 보험사에서 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의사의 진단서를 기초로 후유장애 관련한 보험금 지급 판단 업무를 수행해온 만큼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존 장애등급 기준 판례 등이 있는 만큼 자의적 판단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들이 등급을 심사하는 만큼 회사에 유리하게 등급을 매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계약자들의 심리적 저항에 따른 분쟁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후유장애진단과 관련한 업무들을 해왔고 이에 대한 규정보다 장애등급기준 규정이 훨씬 더 촘촘하고 해석 자료가 많아 자의적 판단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주체에서 (장애)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보험사가 자신에 유리하게 판단할 개연성이 있을 수 있고 가입자들 역시 심리적 저항이 있어 이에 따른 분쟁이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련 민원이나 분쟁이 많이 발생할 경우 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장애등급 심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회사·시기별 약관 달라 소비자 혼란 야기

기초서류상 장애등급 폐지와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을 경우 계약자의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장애등급을 근거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기존의 수백만건에 달하는 보험계약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왔다. 지난해 5월 3일 구성된 '장애등급제 폐지 시행 준비단'은 지난 5월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관련 논의를 마치고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조치방안을 마련했다.

기존 가입자들은 우선 기존 장애등급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별, 판매시기별로 장애등급과 연계된 담보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한 약관문구가 달라 장애등급 기준 적용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기초서류상 장애등급 폐지 관련 규정이 없더라도 약관에 '장애인이 되었을 때'로 명시돼 있는 경우 장애인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계약체결 시점의 장애등급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약관에 '장애인으로 등록되었을 때'로 명시된 경우 장애등급제 폐지 직전의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또한 계약자가 별도의 제도성 특약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관련 담보의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의 장애인등록제는 장애인을 등록하면 의료기관, 자치단체, 공단지사를 거쳐, 공단의 장애심사센터에서 장애등급을 결정한 후 장애인등록이 완료된다. 즉 장애인 등록이 장애등급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등급이 나오지 않을 경우 등록에 따른 보험금 지급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별도의 제도성 특약을 만들어 장애등급제 폐지 직전의 장애등급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제도성 특약에는 장애등급이 없어짐에 따라 담보를 해지할지 혹은 유지할 경우 등급폐지 직전 장애등급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도성 특약이란 주계약의 보장내용이나 적용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별도의 보험료가 부가되지 않는다.

보험업계는 올해부터 이와 관련한 내용들을 계약자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연락이 닿지 않아 보험계약자의 제도성 특약 부가에 대한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계약자가 담보를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 보험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경우 보험금 청구 시점에 제도성 특약 부가에 대한 동의를 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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