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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장난감으로 4억'…동산담보대출 1조 돌파

  • 2019.07.17(수) 14:59

"동산담보 활성화 1년만에 소기 목표 달성"
동산‧채권 담보 신규 공급금액 7.8배 증가
중기, 1금융권 갈아타고 금리 낮추는 효과

한 장난감 제조업체는 최근 18만여개의 장난감을 담보로 운전자금 4억원을 대출받았다. 처음엔 신용대출을 신청했지만 창고에 보관된 재고품(장난감)을 발견한 은행이 동산담보대출을 권유했다. 원래 재고자산은 원재료만 담보로 인정됐지만 작년 5월부터 완제품과 반제품도 담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작년 5월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 이후 의류, 장난감 등 재고 자산을 활용한 담보대출 사례가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작년 5월 정부가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을 시행한 뒤 동산금융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동산‧채권 담보 6613억원, 지식재산권(IP) 담보 4044억원 등이다.

동산‧채권 담보의 최근 1년간(2018년7월~2019년6월) 신규 공급액은 5951억원으로 예년(2017년7월~2018년6월)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중심이던 IP담보대출이 시중은행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시중은행들이 IP금융을 도입하면서 시중은행의 IP담보대출잔액은 지난 3월 14억원에서 6월엔 793억원으로 급증했다.

동산금융이 활성화될수록 중소기업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길은 넓어진다. 대기업과 비교해 신용과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동산담보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제 2금융권에서 고금리 리스자금을 이용했던 한 회사는 동산담보를 통해 1금융권으로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 2금융권 리스자금에서 1금융권 동산담보 대출로 바꾸면서 이자 비용은 절반 넘게 줄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만으로도 담보대출이 가능해졌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시동용 발전기 제조업체는 독자기술로 만든 기계설비를 담보로 운전자금을 대출받았다. 일반 기계설비보다 독자기술이 들어간 기계설비가 더 높은 담보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동산금융은 '기술력을 담보화'하자는 금융권의 숙원 과제를 실현시켜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17일 열린 '동산금융 활성화 은행권 간담회'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가운데). 이날 기업·국민·우리·신한·농협·하나·대구·부산·경남 등 9개 은행장도 참석했다. [사진 = 금융위]

동산금융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뗐다. 선욱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700조원에 이르는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대출은 1조원 수준으로,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자산담보대출(ABL)이 활성화된 미국은 동산담보 비중이 63%로 부동산담보(37%)보다 높다.

금융위는 동산금융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우선 동산 담보권자의 권리를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동산·채권담보법을 오는 8월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013년 은행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 등 담보물이 제3채권자의 경매집행으로 처분되면서 은행은 담보권을 가지고도 경매배당금을 받지 못한 '담보물 실종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이 사고의 여파로 지난 2014년 6000억원에 이르던 동산담보대출은 2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위는 동산담보가 경매 등 강제 집행에 들어갈 때 동산담보권자의 요구없이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동산·채권담보법도 연내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8월에는 동산금융정보시스템(MoFIS)을 구축한다. 기계기구‧재고‧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통일된 분류코드를 마련하고, 중복담보 여부·감정평가액·실거래가액 등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년 상반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부실 동산담보에 대한 회수지원 기구를 설립한다.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동산담보 대출 목표는 2020년 3조원, 2022년 6조원이다.

최 위원장은 "아직 동산금융의 비중은 크지 않고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기 위해서 앞으로 더 가야 한다"면서 "국내도 부동산 못지않게 동산이 널리 쓰이는 선진적 기업금융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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