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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지식재산금융 선두자리 찜한 흥국증권

  • 2019.07.29(월) 09:48

주원 흥국증권 대표 "IP 금융 시장 커질 것"
증권 중소형사 차별화 먹거리 발굴에 집중

"미국에선 2005년 영화제작비가 부족했던 마블이 글로벌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에 코믹북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와 닉 퓨리를 담보로 5억2500만달러(한화 약 5800억원)을 빌렸습니다. 이 시장이 충분히 국내서도 가능할 것으로 봤고, 흥국증권이 선두주자로서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흥국증권은 국내에선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지식재산(IP) 기반 투자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특허 전문가를 영입해 업계 최초로 IP 투자팀을 구성했고, 올해 첫 결과물로 IP 전문사모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앞으로도 저작권, 상표권, 인공지는(AI)기술 등 다양한 지식재산으로 취급 범위를 확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 'IP 금융=흥국증권'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IP 금융 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기자가 만난 주원 흥국증권 대표는 인터뷰 내내 IP 금융 필요성과 다양한 투자자 수요, 시장 발전 가능성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주 대표는 "지금 당장은 확실한 우량 담보 재산권을 대상으로 시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어느 정도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중소·벤처기업의 IP 금융과 특허권 매매, 더 나아가 회사의 인수합병(M&A)까지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원 대표이사는 2017년 2월부터 흥국증권을 이끌고 있다. 1989년 쌍용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을 거쳐 2009년부터 4년이 넘게 KTB투자증권 수장을 맡은 증권통이다.

주원 흥국증권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IP 기반 투자 사업이 어떤 건가.
▲ 한 마디로 IP와 금융이 만나는 투자사업이다. 부동산금융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대출, 유동화 등의 금융투자사업이 진행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초 자산이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 등의 IP를 기반으로 대출을 일으키거나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 IP 금융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IP 금융은 매우 큰 규모로 활성화되어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이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IP 금융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해 2017년 증권업계 최초로 IP투자팀을 신설했다. 일년 뒤인 2018년 말 정부에서 IP 금융 활성화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우리가 시장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지만 정부의 IP 금융 대책과 맞물려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올해 내놓은 IP 상품은
▲ '아이디어 브릿지-흥국 IP 로열티유동화전문 사모펀드 1호'다. 동영상기술(코덱) 국제표준특허(HEVC)로부터 나오는 로열티를 유동화한 IP 투자상품이다. 이번 IP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이미 들어오고 있는 로열티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우량한 상품이다. 회사는 로열티를 꾸준히 받지만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이 일시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펀드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개발을 할 수 있다.

- 새롭게 준비 중인 상품은
▲ 저작권, 상표권, AI 기술 등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관심이 있고 수요가 많은 상황인데 실질적으로 상품화하기 위해선 초기 시장이라 어려움이 많다.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전자(IT) 관련 특허는 큰 시장이라 IT 특허가 주력이 될 것이다. 또 문화도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최근 5000억원 규모로 음원 저작권을 상장한 사례가 있다. 이 저작권을 거대한 SPC에 모아놓고 투자자를 모아서 펀드를 런던거래소에 상장해 1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YG엔터테인먼트, SM 등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는데 중소형회사를 지원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음원 관련 IP 상품은 K-팝과 맞물려 미래가 있다고 본다.

- 우리나라에서도 IP 금융 시장이 발전 가능할까
▲ 우선 우량 IP 담보로 상품화하고 있고 이 시장은 당장 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기벤처까지 지원하는 시장이 생겨야 진정한 IP 금융의 기능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우량 시장이 먼저 자리를 잡아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금융 외에도 지적재산권을 판매하고 싶어 하는 기업의 수요가 있을 때 직접 매매 알선 역할도 할 수 있고, 회사가 가진 자산이 특허가 전부인 경우 회사 매각에도 개입할 수 있다. 인수합병(M&A) 시장도 연결되는 셈이다. 사실 과거 팬택이 매각할 때 수천개의 특허권이 쪼개져 헐값에 팔리지 않았나. 증권회사가 개입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향후 IP 금융 관련 추가 사업 계획은
▲ 지난해 1년 동안 100여개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IP 금융에 대한 교육과 마케팅 활동을 했다. IP 금융 필요성과 절차, 리스크관리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만 초기 시장이다 보니 기관이나 기업 입장에서도 규정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진행한 활동을 더 확대하고, 당장 큰 수익을 낸다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보고 실질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 IP 금융 외에 IB 부문 전략은
▲ 취임 이후 IB 부문에 대한 조직과 인력 확충을 통해 IB 실적이 2017년 75억원에서 2018년 150억원 수준으로 2배 증가했다. 소형사 특유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중대형사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결과라고 본다. 기업회생을 지원하는 기업금융, 사회간접자본(SOC)에 특화된 인프라 투자금융, 해외투자상품에 집중하는 대체투자팀 등 팀마다 특색있는 영업전략으로 IB 부문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주원 흥국증권 대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SOC는 대형사들도 어려워하는 부문인데
▲ 과거 SOC는 대형사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장기투자물이라 소형사가 건드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새로운 먹거리로서 공을 들여보려고 한다. 흥국그룹 계열회사로서 그룹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보험사와 증권사가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다. 보험 특성상 장기상품을 해야 시너지가 나는데 SOC가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 부동산금융본부가 IB 본부와 별도로 있다. 대형사도 부동산금융에 다양한 방법으로 공을 들이는데 차별점은
▲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소형사는 팀별, 개인별 영업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영업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기가 유리하다. 틈새시장의 딜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신속하게 반영하는 의사결정으로 대형사보다 스피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최근 대형사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기존 중소형사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다.

- 브로커리지 계획은 
▲ 최근 여의도로 주식채권본부가 이전했다. 조직 강화라기보다는 편의성 차원에서다. 증권업계에서 브로커리지부문의 영업활동은 점점 축소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브로커리지 부문도 기존의 중개 위주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인수 분야로 영업영역을 확대하고, 중개와 운용을 병행해 차별화된 영업활동을 활성화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추가로 해외 부문 늘리려고 하는데 주식은 중소형사가 뛰어들기 어렵고, 방대한 시스템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해외 채권 쪽을 접근해 보려고 한다.

- 향후 목표 실적은
▲ 순이익이 2017년 71억원에서 2018년 89억원으로 24% 늘었다. 하지만 올해엔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부동산규제 강화 등에 따라 영업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사들은 더욱 열악한 영업환경에 놓여 있지만, 주식채권 등 브로커리지 부문에서도 차별화된 영업활동을 펼쳐나가고, IB 본부별 특색있는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범위을 넓혀나가며,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도 확대해 지난해보다 증가한 순이익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 중소형사로써 필요한 제도는
▲ 중소형사만을 위한 제도보다는 업계에 드리운 많은 규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IP 금융 하나 시작하는 데도 규제를 검토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벅차다. 규제가 사라져야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볼 여력이 된다. 다양한 부문을 검토하고 시도하다 보면 틈새를 찾아가게 되어 있는데, 현 규제 체계 아래서는 중소형사가 규제 검토할 여력도 안 된다. 자본여력이 안되는 중소형사가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생존의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환경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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