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제3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이달 22일 신규인가희망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던 토스뱅크(가칭)와 키움뱅크(가칭)가 탈락한지 불과 3개월 여만에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신규 도전자들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며 '금융위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시계를 우리나라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15년으로 되돌려보자.
2015년 6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내놨고 뒤이어 카카오, KT, 인터파크 등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냈다.
지금과 당시를 비교해보면 2015년에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면 현재는 기업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금융위원회가 ICT기업 등을 방문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공급을 원하는 공급자는 없는데, 금융당국이 공급자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모양새다.
금융위가 직접 기업을 찾아가 독려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이유로 ▲IC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실행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의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고려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은산분리의 벽이 허물어졌고 은행업의 경쟁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봤을 때 금융위의 이러한 판단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선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확대를 위한 증자가 필요한데 대주주적격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KT는 인터넷전문은행법 실행 이후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위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혐의 등을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일반적인 대출은 중단됐으며 대환대출만 취급하고 있다. 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상화는 외면하고 새 플레이어를 만들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은행업계는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장, 핀테크기업들의 빠른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시장 참여자만 늘어난게 아니라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는 경쟁이 시작됐다고 전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은 은행끼리 경쟁했지만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경쟁 대상이 아니었던 핀테크기업은 물론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과도 경쟁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과정에서 도전자들에 대해 (평가단이) 혁신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지 않았느냐"며 "이미 은행은 물론 다양한 금융업권에서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전자들이 제시하는 것을 은행을 포함한 현재 금융사들도 충분히 내놓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해야할 ICT기업들 역시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ICT기업 관계자는 "굳이 은행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네이버, SKT 등 굵직한 ICT기업이 왜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지 않겠느냐. 이미 시장은 포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사례를 봤을때 예비인가 통과 이후 사업을 시작하기까지는 최소 1년 반 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위가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10월 10일부터 받는다고 가정했을때 예비인가를 통과한 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시점은 2021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만난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정권의 임기는 오는 2022년 종료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고 1년여간 영업을 한 뒤 정치적인 업적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올해 10월에는 예비인가를 통과하는 컨소시엄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말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그간 금융의 디지털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핀테크기업에 대한 투자와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했고 다음달에는 또 다른 혁신이라고 평가받는 오픈뱅킹도 도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굳이 인터넷전문은행 숫자를 늘리는데 공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은행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금융기관' 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케이뱅크가 정상화를 못하고 있고 이미 은행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때 '진짜배기 혁신'이 아니라면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