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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팩트체크]도쿄올림픽 강행·취소·변경 누가 결정하나

  • 2020.03.19(목) 10:53

최종 결정은 IOC… 핵심은 집행위원회
올림픽 취소시 중계료수익 타격 부담
일본 정부, 외국 정부·IOC 상대 설득중
코로나19 확산·국경봉쇄 등 불확실성 여전

나이가 많든 적든 일본인 대부분이 감동한 장면은 일본 여자 배구팀 '동양의 마녀'가 우승한 순간일 것이다. 모두가 '드디어 일본도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느꼈을 것이다…(중략)…전후 19년(1964년), 일본은 황무지에서 출발해 당당히 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부흥했다. 일본이 세상을 향해 그 존재를 이렇게 뽐낼 수 있구나. 자랑스러운 마음을 처음으로 갖게 된 경험이었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2006년 발표한 에세이집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에 나오는 1964년 도쿄올림픽 회상 장면이다. 일본은 올해 7월24일 두번째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다. 아베 총리 세대의 많은 일본인들이 다양한 매체에서 빛바랜 올림픽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기억만큼 낭만적이지 않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지면서 18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총 19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8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경을 통제한 국가가 여럿이다. 올림픽 개최 여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는 예정된대로 올림픽 강행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 역시 올림픽 일정 변경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IOC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올림픽 개최를 판단하는 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한은 IOC에 있다.

올림픽 개최 판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건 IOC다. IOC는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비정부 국제기구다. 1894년 프랑스 파리의 올림픽 의원단이 근대올림픽 경기를 부활시키면서 IOC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IOC는 올림픽과 관련된 전권을 행사해왔다.

올림픽헌장 제1장 제1조 제4항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올림픽 운동에 속한 모든 사람과 기구는 올림픽헌장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IOC의 결정에 구속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올림픽헌장은 IOC의 권리와 의무를 상정해 IOC 정관으로 여겨진다.

이밖에 헌장 곳곳에는 'IOC는 올림픽대회와 관련한 모든 자산을 소유하고 올림픽대회와 관련된 모든 자료의 입수 및 이용 조건을 결정(제2항)'하고 '올림픽대회 행사에 대한 접근 조건 및 자산 이용을 승인(제3항)'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IOC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IOC를 구성하는 위원은 개인자격위원 70명, 선수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 대표위원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15명 등 총 115명을 초과할 수 없다. IOC집행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고 총회에서 비밀투표와 과반수 이상 득표를 얻어 선출된다.

현재 IOC위원은 100명이다. 이들은 IOC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총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한다. 별도 임금을 받진 않지만 어디서나 국빈 대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선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전 선수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3명이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총회 안건 상정을 결정하는 조직은 집행위원회다. 총회가 주주총회라면 집행위원회는 이사회와 같은 셈이다. 어젠다를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 집행위원회 구성원은 IOC 회장과 4명의 부회장, 10명의 선출 위원 등 총 15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국적은 전부 제각각이다.

집행위원회는 올림픽 준비 작업에 참여하는 각국 올림픽위원회(NOC·National Olympic Committees)와 올림픽 조정위원회로부터 현안을 보고받아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최근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논의한 곳도 이 집행위원회다.

핵심 안건 상정하는 '집행위원회'는 올해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와 관련해 무엇을 고려했을까.

집행위원회는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판단할 때 무엇을 고려할까. 이를 추측해 보기 위해 IOC의 수익구조를 살펴봤다. IOC는 비영리법인이지만 엄연히 하나의 조직이기 때문에 조직 운영 원리가 반영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IOC가 발표하는 연례보고서에는 4년치 회계가 하나로 묶여 있다.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하계청소년올림픽, 동계청소년올림픽이 모두 4년에 한번 주기로 열리기 때문이다. IOC는 이 4년 순환의 시간을 가리켜 올림피아드(Olympiads)라고 부른다.

결산이 끝난 가장 최근의 올림피아드는 2013~2016년 기간이다. 지난해 발간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올림피아드 총수익은 약 57억달러다. 18일 환율을 적용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7조1600억원이다.

수익처는 단순한 편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중계료 수익이다. 직전 올림피아드 기간 중계료 수익은 약 5조2300억원으로 전체의 73% 수준이다. 기업 파트너 후원은 1조2900억원으로 18% 정도다. 나머지는 저작권 수입 등과 같은 부차적인 사업을 통해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기업 파트너 후원이다. 현재 IOC 공식 파트너사는 ▲다우 ▲도요타 ▲브릿지스톤 ▲비자카드 ▲GE ▲삼성전자 ▲Atos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오메가 ▲인텔 ▲파나소닉 ▲P&G ▲코카콜라 등 총 14곳. 후원 대가로 올림픽의 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IOC는 각 사업 영역의 대표 기업을 파트너사로 선정한다. 지난해 6월에는 중국 유제품 제조업체 멍니우(Mengniu)가 합류했다. 2017년 스폰서십을 체결한 알리바바에 이어 두번째 중국 파트너사다. 이를 두고 중국의 IOC 영향력이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IOC는 이렇게 모은 수익의 90%를 올림픽 정신 고취를 위해 세계 각국 스포츠개발기금으로 출연한다. 2013~2016년 기간 출연한 금액을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6조45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10%에 달하는 7160억원 가량을 조직 유지를 위한 운영비로 투입했다.

2017~2020년 올림피아드 절반 기간에 해당하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IOC의 총수익은 29억달러(약 3조6450억원)로 집계됐다. IOC는 연례보고서에서 이중 약 93%에 해당하는 25억달러(약 3조1430억원)를 기금으로 분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올림픽 일정이 취소될 경우 IOC 입장에서는 주 수익원인 중계료 수익이 가장 타격을 입는다. 올림픽 일정을 일괄 취소하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연기와 단축 개최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예측이 많다.

지난해 6월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국립 가스미가오카 육상경기장이 내년 재개장을 위해 대보수 공사 중이다.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일본 정부는 국내외 설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는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에서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한데 이어 지난 17일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된 G7 회의에서도 올림픽 개최 지지를 구하는 등 해외 설득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의 올림픽 개최 의지는 강하다. 지난 14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확산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올림픽은 예정대로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이달 26일 후쿠시마 성화 릴레이 첫 주자로 서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예정대로 진행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G7 회의 이후 취재진에게는 "인류가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계획에 대해 각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내각 주요 인사들도 잇따라 "연기나 취소, 무관중 개최 등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다니엘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수는 일본 경제매체 '토요게이자이'에서 "올림픽 행사는 아베총리 재임기간의 정점에 위치한 이벤트"라며 "경제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올림픽 중지나 연기 등은 총리의 정치생명을 일순간 끝내버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 준비를 위해 투입한 재원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3조엔(3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쿄도(都) 신주쿠구(區)에 건설하고 있는 신국립경기장 건설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도쿄 시내 택시는 대부분 전기차로 대체했고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인프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7년 도쿄도는 2013년부터 2030년까지 18년간 일본 전역에 미치는 올림픽 경제 효과가 32조3180억엔(38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한 경기부양을 강조해온 일본 정부로서는 올림픽 일정 변화는 고민스러운 결정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신경쓰는 건 자국민 안전이다. 18일 오전 9시 현재 일본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는 873명으로 인근 국가는 물론 유럽 각국 확진자 수보다 현저히 낮다. 일본 정부는 일괄 진단에 나서면 병원을 거점으로 코로나19 감염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어 개별 검사에 주력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NHK,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다른 나라에 올림픽 개최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검사에 소극적인게 아니냐는 지적을 연이어 소개하고 있다. IOC가 향후 올림픽 일정을 변경했을 때 일본 정부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여당 정치인 발언도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개최 여부나 일정 변경을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는지 정해진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 코티스(John Coates) IOC 조정위원장은 스위스 현지시간 17일 "올림픽 중지와 연기를 판단하는 기한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국내에서는 올 2월 말 딕 파운드(Dick Pound) IOC 위원이 "적어도 5월 하순까지는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인용해 해당 시기를 잠정 기한으로 상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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