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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승환계약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 2020.04.20(월) 09:00

대한민국은 거대한 보험 공화국이다. 일반적으로 한명의 피보험자가 첫 보험을 경험하는 것은 엄마가 가입한 태아보험이다. 국가에서 주민번호를 부여하기도 전인 태아상태에서 보험에 가입한 후 세상을 만난다. 공보험이 아닌 민영보험에 가입하는 시기가 빠르고 다수의 사람이 미래 위험을 대비하는 방법으로 보험을 선택한다.

보험연구원 '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다. 개인당 보험가입률도 95.1%에 이른다. 이처럼 보험 산업은 이제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보험 가입자가 매달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계약의 월납 보험료를 납부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더 이상 보험에 가입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매달 장기보험의 신계약이 발생한다. 보험 기간이 1년이라 매년 갱신해야하는 자동차보험 등을 제외하더라도 보험기간이 수십년이 넘는 장기보험의 신계약이 체결되는 현상은 특이하다. 절대 다수의 사람이 이미 보험에 가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이유는 보험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른 것과 동일하게 주기적으로 새로운 구매가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흔히 일상에서 소비하는 것 중 비용이 많이 필요한 것으로 주택과 자동차 그리고 보험을 예로 든다. 이들은 모두 큰 비용이 필요하여 대부분 할부로 구매하지만 보험만 유일하게 매월 납부되는 금액으로 가격을 인식한다. 20년 납 100세 만기 월납 20만 원의 보험 계약의 경우 총 납입 보험료는 4800만원이다. 이처럼 큰 비용이 필요하지만 한번 구입하여 평생을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보험도 주택과 자동차 그리고 다른 상품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점검과 재구매가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 상품을 구입하는 이유는 보험금을 위해서다. 사고 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지급되어도 사고처리를 위한 충분한 금액보다 적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과거 체결된 계약이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점검 후 이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 체결된 보험 계약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할부기간이 끝나지 않은 계약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선 관련법이 신설되거나 개정되는 경우다. 운전자보험이 대표적인 예인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등이 개정되면 과거 계약으로 사고처리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평균수명의 증가도 기존 계약 점검을 필요하게 만든다. 10년 전에 체결된 계약의 경우 만기가 80세인 경우가 흔하다. 당시 경험생명표를 살펴보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80세 전에 사망할 것이라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최근 100세 이상 상품이 주를 이룬다.

최신 치료기술이 도입돼 과거 계약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때도 문제다. 암 진단 평균 보험금 지급액은 3000만원 미만인데, 이 금액으로는 최신 항암제를 선택하는데 많이 부족하다.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보험금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점검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와 은행의 지속적인 신용창조로 인해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태아 때 가입한 보험의 암 진단금 1억원은 현재 기준으로 상당히 큰 보험금이다. 하지만 80년 뒤에 1억원의 보험금을 받으면 물가상승으로 인해 보험금을 받아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이처럼 보험 상품은 한번 구입한 후 평생을 사용하면 위험하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강조하여 신계약 체결만을 강요하는 일도 흔하다. 보험 계약을 중개할 경우 중개자는 선취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신계약 체결은 높은 수수료를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때문에 점검을 빌미로 큰 문제가 없는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고 신계약을 강요하여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감독기관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부당 승환계약을 제재한다.

기존계약 해지 후 6개월 내 신계약을 체결하거나 신계약 체결 후 6개월 내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승환계약이라 부른다. '보험업법'에서는 승환계약 시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신계약과 기존 계약을 비교 및 안내할 것을 정한다. 이처럼 중개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감독 규정이 요식행위로 끝나거나 과도할 경우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따라서 최근 체결되는 대다수의 신계약은 승환계약이다. 또한 보험 상품은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해야 한다. 이 경우 기존 계약을 수정하고 신계약을 보완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여러 비용을 고려했을 때 해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모든 승환계약을 감독하거나 제재할 경우 목적을 벗어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중개시장의 현황을 볼 때 신계약이 승환계약 기준에서 벗어나는 예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제재는 정당한 중개 활동 및 시장에서 보장된 계약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물론 부당승환은 근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승환계약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보험금의 효용을 제대로 누릴 기회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

부당승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형적인 사업비와 수수료 구조에 있다. 내년 사업비 개편안이 시행되고 분급으로 지급되는 수수료가 보편화 되는 등 중개시장을 왜곡하는 근본 원인이 개선되면 부당승환 우려는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승환계약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고 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일부 문제를 과도하게 확대하면 신계약 대부분이 승환계약인 현실 속에서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보험 계약의 목적은 보험금이며, 감독업무의 목적은 진정한 소비자 보호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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