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나 뺑소니로 인명피해를 낼 경우 임의보험 가입자가 져야하는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과거에는 임의보험 사고부담금이 없었지만 다음달부터는 피해액에 따라 최대 1억원을 내야 한다.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덜어지면서 보험료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임의보험에 음주운전·뺑소니사고 사고부담금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개정 약관은 내달 1일부터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모든 보험회사 약관에 일괄 반영된다.
정부가 올해 3월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개선방안은 자동차보험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강화와 군인 대인배상 강화, 고가수리비 자동차 보험료 할증 강화 등이 골자다.
금감원이 마련한 개정 약관에 따르면 임의보험 가입자가 음주운전이나 뺑소니사고를 내면 손해 규모에 따라 대인 최대 1억원, 대물 최대 5000만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임의보험(대인Ⅱ)은 의무보험(대인Ⅰ) 보장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를 일으킬 경우를 대비해 가입한다.
가령 음주운전으로 1명이 사망하고 4억원 규모 손해를 일으킨 경우, 기존 임의보험 가입 운전자는 의무보험에 따르는 사고부담금 300만원만 내면 됐다. 나머지 3억9700만원은 보험사가 냈다. 임의보험에 따른 부담금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내달 개정 약관이 적용되면 이 경우 운전자는 기존 의무보험 사고부담금 300만원에 임의보험 사고부담금 1억원을 추가로 내야한다. 운전자는 1억300만원, 보험사는 나머지 2억9700만원을 내는 식이다.
그간 손보업계에서는 사고부담금 수준이 가해자에게 경제적 제재를 가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음주운전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도 생겼다.
특히 피해 보상금이 사고 부담금보다 클 경우 해당 차액은 보험사가 지불하는데 이것이 다른 계약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사고 친 사람 따로 수습하는 사람 따로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번 약관 개정으로 운전자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보험금 누수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의 음주운전 지급보험금이 1년에 7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보험료가 0.5% 가량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임의보험 가입자가 1년에 보험료로 100만원을 냈다면 5000원 가량이 감소되는 효과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애먼 가입자가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에 따른 의무보험 사고부담금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대인사고 부담금은 최대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물사고 부담금은 최대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린다. 목표 시행일은 올 10월이다.
금감원은 군복무 혹은 군복무 예정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피해자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겨우 군 복무를 통해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급여(상실수익액)도 함께 보상하도록 했다.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르면 병 계급별 평균 월 지급액은 46만9725원이다.
교통사고로 치아가 파손되면 치아당 1회 임플란트 치료비용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약관에 명시토록 했다. 보험가액이 적용시점에 따라 변동된다는 내용도 약관에서 명확히 밝히도록 했다. 보험가액은 가입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최고한도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