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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빨래와 ESG워싱(washing)

  • 2020.08.19(수) 15:30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특별기고]
'사회공헌활동=ESG경영'은 비약이자 과장 광고
ESG경영은 환경·사회 전반적인 영향 관리하는 것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최근 유명 갈비집이 상한 고기를 빨아서 팔다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명 '고기 빨래'.

매일 그렇게 고기를 세탁해서 손님에게 팔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애로를 먹고 있다. 지자체는 과태료 30만원을 부과하는데 그쳐 더 큰 공분마저 사고 있다. 실제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됐던 이 업체는 900명 직원에 40년 역사의 유명 레스토랑이어서 사회에 충격이 더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ESG 세탁(washing)'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이미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란 개념이 있다. 기업들이 실제 환경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친환경처럼 이미지를 세탁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친환경 세제'라고 광고했는데 사실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거나, 'CFC-free'라고 강조하지만 이미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서 친환경 노력이 전혀 없는 홍보에 불과한 경우, 연비나 에너지 등급을 임의로 조작한 경우도 모두 이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서는 그린본드(Green bond), 즉 녹색채권이 그린워싱으로 악용되고 있다. 그린본드는 신재생에너지, 오염방지, 기후변화 적응 등 친환경 관련 사업에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10년 전에 시작된 이 시장은 2019년 한 해 발행건수만 1799건 2577억 달러가 발행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대비 51%가 늘어난 수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10월까지 판매된 모든 그린본드의 누적액은 7810억 달러로 그중 30%가 지난해 판매됐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려면 더 많은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채권이 녹색인지 여부를 누가 결정하거나 승인하는 구조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인정된 표준이나 일관된 검증절차도 없다. 때문에 중국에서 발행되는 그린본드에는 여전히 청정석탄(Clean coal)에 대한 투자가 인정되며, 2017년 스페인의 렙솔(Repsol SA)이라는 회사는 그린본드를 판매한 최초의 석유회사이다. 즉 지금은 발행사가 '그린본드'라고 하면 그런거다.

이에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2014년 그린본드원칙(Green bond principles), 2017년 소셜본드원칙(Social bond Principles), 2020년 지속가능연계채권원칙(SLBP)을 발표했다. 또 대출시장협회(LMA)도 2018년 녹색대출원칙(Green loan principle), 2019년 지속가능연계대출(Sustainability linked loan principle)을 발표했다. 시장의 액션보다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훨씬 늦은 셈인데, 뒤늦게 해당 기관이 이러한 원칙을 발표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린워싱의 방지'다. 무분별한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원칙을 발표하고, 이 요건에 부합하는 것만 그린본드, 녹색대출 등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린워싱은 횡행한다.

이같은 현상이 최근 국내 산업 및 금융시장에서 ESG와 관련하여 나타나고 있다.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의 세탁은 아니지만, 진행중이다. 그래서 그린워싱과 구별해서 ESG워싱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특히 기존에 ‘사회공헌’이라고 얘기하던 그 모든 활동을 이제는 'ESG활동'이라 부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하여 꽤나 유행하던 공유가치창출(CSV)도 이제는 ESG활동이라고 포장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ESG가 CSR보다 더 큰 개념이라고도 주장한다.

최근 어떤 금융사는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을 하는 것도 ESG활동, 수해민 지원도 ESG활동, K팝스타 카드를 발급받으면 일정액을 기부하게 되는 것도 ESG실천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한다. 그야말로 ESG가 트렌드이다.

하지만 지극히 오용되고 오염된 사례다. 이는 그냥 사회공헌활동일 뿐이다. 정말 이것을 ESG경영이라고 생각한다면, ESG워싱을 넘어 ESG오신(誤信)이다.

어떤 투자기관은 태양광기업, 전기차회사에 투자하고 있으므로, 책임투자는 ESG투자이니, 책임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신이다. 태양광기업도 ESG를 평가하면 투자하면 안되는 기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ESG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따라서 ESG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의 비재무 리스크가 높아지게 되어 비즈니스를 잘하고 재무성과가 좋아도 결국 지속가능하지 못한 기업이 된다. 반면 사회공헌활동은 ESG 중 소셜(S)의 노동관행, 인권, 공정운영관행, 소비자이슈, '지역사회 참여 및 발전'에서 '지역사회 참여 및 발전'에 해당하는 내용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ESG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고 그냥 과장광고다.

ESG경영은 환경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그래서 광범위한 사회의 지지를 받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와 어떻게 잘 상호작용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사회공헌활동을 폄훼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ESG경영을 전략적으로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최소한 '시동 버튼' 부품 하나 만들면서 '전기차 제조업체'라고 광고하지는 말자. ESG는 트렌디한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이미 CSR에 녹아 있는 핵심개념이 요즘 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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