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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 부는 친환경 바람…'클린 투자' 뜬다

  • 2020.08.24(월) 15:43

국내 유수 증권사 현지 여론 악화·반발에 석탄 투자 중단
금투업계 ESG 트렌드 '활활'…정치권도 친환경 법안 발의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해외 석탄 개발 투자 등을 잇달아 중단하는 등 환경 친화적 투자로 노선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현지 여론 및 환경 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투자 명분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나서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해외 석탄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무드를 조성하고 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기초로한 투자 활동이 국내 증권 업계에도 뿌리내릴 전망이다.

◇ 증권가, 자의 반·타의 반 ESG 투자 확대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국제적인 환경 정책 강화 기조에 대한 협력 및 정부의 그린 뉴딜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해외 석탄 사업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해 ESG 관련 투자를 늘려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등도 해외 석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SG 투자란 환경(Environment)적, 사회적(Social)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지배구조 (Governance)가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지난해 2500억원 규모의 호주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AAPT)자산을 담보로 하는 후순위대출채권을 인수했다. 이에 앞서 2018년에는 미래에셋대우가 2700억원 규모의 선순위대출채권을 매입하기도 했다. 

AAPT는 세계 최대 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카마이클 석탄 광산에서 채굴된 석탄이 수출되는 항만시설이다. 지난 2011년 인도 아다니 그룹이 호주 퀸즈랜드 주 정부로부터 광산을 사들이면서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석탄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 배경에는 현지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과 함께 파리기후협약 등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는 시대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호주 내 여러 환경단체들을 비롯해 청소년들까지 나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현지에서 활발하게 자원·인프라 사업을 진행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현지에서 석탄 투자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면서 부담을 느낀 국내 증권사들은 반환경적인 사업에 대한 추가 금융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아다니 그룹과 논의 중이었던 2100억원 규모의 대출채권 리파이낸싱은 없던 일로 돌아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석탄 투자 중단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금투업계도 ESG '붐'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국내 금투 업계에도 ESG 붐이 일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자사 리서치 센터에 ESG 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ESG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ESG가 해외 주요 투자자들에게 의사결정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증권이 연구소 설립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유럽연합(EU) 등의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고려할 때 이를 주요 척도로 활용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매니저 86%가 시장평균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ESG를 추구하는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여기에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은 ESG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평가지수를 투자 기준 및 주주활동 등에 적극 적용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에는 이를 반영하는 책임투자를 전체 자산군으로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따라서 삼성증권은 신설되는 연구소를 활용해 연기금이나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투자 고려 기업에 대한 ESG 항목을 평가해 내용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ESG 관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간 상장 기업을 분석한 리포트에는 ESG 평가 항목이 없었는데 관련 내용을 추가해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알린다는 복안이다.

관련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SG채권펀드를 출시했다. 신용등급 AA-이상 국내 상장사 중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ESG관련 평가 등급이 B+이상인 기업 채권과 ESG목적발행채권을 투자대상으로 한다.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본부장은 "정부 중심의 사회적 가치 및 책임투자 강조에 따라 ESG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실제 ESG 채권의 수요와 공급도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 정치권에도 '친환경' 법안 등장

정치권에서도 친환경 정책 기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공기업을 비롯해 공적 금융의 해외 석탄 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 되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재계의 ESG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김성환·우원식·민형배·이소영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해외석탄발전투자금지법 4법'(한국전력공사법·한국수출입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무역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한국전력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의 사업 범위에서 해외 석탄발전의 수행 또는 자금지원을 제외하는 게 핵심 골자다. 공기업과 공적 금융 기관의 반환경적인 사업 참여를 명시적으로 금지해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일환이다.

단적인 예로 수출입은행의 경우 지난 10년간 11개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48억9000만달러(한화 약 5조8170억원)를 지원한 바 있다.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 병)은 "주요국 대다수 민간 및 공적금융은 공식적으로 석탄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며 "공기업의 해외석탄 발전사업 참여를 금지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관련 법안을 신설한다"고 의안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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