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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금융회사와 상생할까 경쟁할까

  • 2020.09.10(목) 17:43

금융권, 네이버 진출에 경계감…금융위 협의체 가동

네이버가 금융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는 현 금융환경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며 네이버에 대한 견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빅테크, 금융권, 전문과 등과 함께 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한 '디지털 금융 협의회'를 열어 새로운 환경 조성을 위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꿈꾸고 있는 빅테크 기업 중 네이버가 금융권의 목소리를 그대로 수용할지에 의문을 갖는 시각도 나온다.

◇ 카카오보다 네이버에 긴장하는 금융업계 

금융업계는 빅테크 기업 중 카카오보다 네이버의 행보에 주목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이며, 전자금융업을 영위하는 카카오페이를 통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소유하고 있다. 즉 라이선스를 받은 금융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금융규제 안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네이버 페이라는 전자금융업자 외에는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미래에셋대우와 손잡아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역시 미래에셋대우와 나눠가졌다. 카카오가 직접진출로 금융업 진출 노선을 정했다면 네이버는 간접진출 노선을 택한 셈이다.

네이버의 금융업 간접진출은 금융권이 주장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핵심논거로 활용됐다. 석 달 전 출시한 네이버 통장이 단적인 예다. 이 상품은 미래에셋대우의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에 네이버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출시 당시 이름을 '네이버 통장'으로 내놨다.

전자금융거래법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상품으로 보느냐, 자본시장법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상품으로 보느냐라는 분쟁이 붙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상품이라는 지적이 시작됐다.

게다가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에 네이버통장이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도록 상품명을 써도 되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해당 상품의 이름을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RP)'형으로 바꿨지만 네이버를 향한 금융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네이버 통장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 대출시장 진출했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캐피탈과 손잡고 내놓은 대출상품을 내놨다. 미래에셋대우캐피탈의 대출상품을 네이버파이낸셜이 중개하는 방식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는 '1사 전속주의' 아래 미래에셋캐피탈의 상품만 중개가 가능하나, 금융당국이 '1사 전속주의' 규제의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 외 타 금융회사의 대출상품까지 팔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플랫폼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수록 금융회사는 경쟁관계를 넘어 종속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권, 빅테크기업, 학계 등 전문가들과 함께 빅테크 기업과 금융권과의 의견 조율을 위한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개최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 일단 금융권 손 들어준 금융당국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무작정 규제하기도 힘들다. 금융당국의 최고 과제는 금융의 디지털화를 통한 대국민 금융접근성 및 편의성 향상이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디지털을 중심으로 금융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충분치 않다.

일단 금융위는 금융업계 쪽으로 저울의 무게추를 단 모습이다. 이날 금융위는 기존 금융업계와 빅테크 기업간 의견 조율을 위한 '디지털 금융협의회'를 열었는데, 회의를 주재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기존 금융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발언을 해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의 불공정경쟁 우려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빅테크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업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논의도 적극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에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한동환 KB금융지주 디지털혁신총괄, 조영서 신한DS 사장,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들의 수장을 부른 자리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 규제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 네이버의 선택은 상생일까 경쟁일까

금융당국이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경쟁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는 했지만, 규제나 권고사항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네이버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방식 중에서 금융당국이 제재를 할만한 부분이 딱히 없어 보인다"며 "(기존 금융회사들이)거대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경쟁에서 불공정경쟁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이 방안을 마련하려면 네이버로부터의 긍정적인 피드백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네이버가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금융업은 네이버페이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네이버가 한 수 접어주고 기존 금융사들과 금융당국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네이버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동산 정보제공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을 어겼다며 시정명령과 10억여원의 과징금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과의 의견수렴과정에서 금융권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어준다면 플랫폼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포기한다는 셈인데 과연 네이버가 이를 얼마나 수렴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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