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은행들은 일찌감치 BaaS(Banking as a Service)에 대한 실험에 나서왔다. 오픈API를 통해 자신들만이 고유 경쟁력이었던 데이터 등을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입증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BaaS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고유한 경쟁력과 이를 함께할 파트너다.
일찌감치 준비해온 BaaS
은행권 BaaS의 대표적인 예는 은행 고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API를 공개한 것이다.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 이전 핀테크 앱을 통해 계좌를 조회하거나 송금할 수 있었던 것이 주요 사례다.
은행들은 API를 제공하면서 핀테크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봤다. 일례로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제공하고 있는 대출한도비교서비스는 금융사의 한도나 금리조회 API 등을 통해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대출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인데, 이를 통해 판매된 금액이 적지 않은 수준이다.
A은행 관계자는 "토스와는 지난해 6월, 카카오페이와는 지난해 11월 제휴를 맺고 직장인 대출을 판매했는데 올해 1분기까지 2350억원의 신규대출이 발생했다"며 "대출 실적과 함께 신규, 비활동고객이 유입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는게 많은 BaaS
앞으로는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산업 등의 등장으로 인해 B2C 비즈니스 모델에서 BaaS가 활용도가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은행 내부에서는 이를 B2B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BaaS 사업 추진 전략을 마련한 우리은행은 B2C 모델과 B2B 모델 두 가지 모두에서 BaaS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고객들이 은행 고유 업무 중 일부를 우리은행 플랫폼이 아닌 타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B2C부분에서는 소상공인 사업자 대출, 구매 대금 후결제 서비스, 페이 선불충전금 서비스 등을 추진 중이며 B2B부분에서는 ERP(전사적자원관리)제휴, 기업 자금관리 API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제휴처별로 특화 상품 서비스 패키지 구성을 통해 고도화된 제휴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신규고객 유치, 활동고객 증대, 기업고객 주거래 화를 위해 B2C플랫폼은 물론 B2B플랫폼과의 제휴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BaaS모델을 B2B 부분에 적용하기 위한 파트너도 찾은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더존비즈온과 디지털 금융 및 기업 특화 비즈니스 플랫폼 결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사업과 서비스는 올 하반기내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지만,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의 기업플랫폼을 통해 신한은행만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더존비즈온과 업무협약을 통한 신사업과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BaaS 모델의 플랫폼 결합 전략을 실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BaaS
하지만 BaaS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에는 은행으로도 고민거리가 많다. 당장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BaaS는 은행의 플랫폼이 아닌 제휴사의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생활금융플랫폼으로의 진화라는 커다란 목표를 세운 은행 입장에서는 이에 반대되는 사업전략인 셈이다.
B은행 관계자는 "우리의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이 금융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 경영진들이 세워둔 청사진"이라며 "BaaS 사업모델은 철저하게 서비스 제공자로 남아있고 플랫폼으로의 지위는 포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해 현재 적극적으로 펼치기에는 내부에서도 복잡한 사정이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걸림돌은 파트너 찾기다. 일반적으로 BaaS는 하나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하나의 제휴처를 만들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은행과 BaaS를 기반으로 제휴한 기업은 이를 통해 동종업계 기업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은행이 동종업계 여러 기업과 제휴를 맺을 경우 희소성이 떨어져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BaaS서비스 모델은 어디에 적용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서비스는 하나의 제휴처에서밖에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가장 적절하면서도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얼마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에 대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이후 다른 업계가 가장 원하는 정보나 금융서비스는 라이선스를 획득한 사업자라면 쉽게 활용이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경쟁력은 결국 은행의 고유업무 영역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을 BaaS 모델을 통해 제3자에게 제공해야 되는지 법률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