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신속히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16일 밝혔다.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선 "보험요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다"고 말했지만 "지켜볼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적자가 커진 실손보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손해보험업계 주장에 공감하지만 금융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야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등을 통해 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정비해 실손의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보험연구원은 실손의료보험료를 매년 13.4% 올려도 향후 10년간 100조원이 넘는 누적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현재 구조로는 적자가 불어나 손해보험사들이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보험업계의 주장을 대변한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실손보험, 향후 10년간 113조 적자…보험료 20% 올려야"(12월15일)
정 원장은 간담회 직후 보험업계가 20% 수준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데 대해 "기본적으로 보험 요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문제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제시하는 보험료 인상안이 용인 가능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인상 수준이 합리적인지 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소비자가 손쉽고 저렴하게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계약전환제도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원장은 또 지난 9월 발표한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방지 등 자동차보험 종합 개선방안' 등을 언급하면서 "차질없이 추진해 국민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정 원장은 또 손보업계 재무 건전성과 관련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변이 바이러스 확산, 중국 헝다그룹의 디폴드 이슈 등 대내외 경제 하방리스크가 있다"며 "비대면 선호, 가상현실 플랫폼 확대 등 디지털화를 비롯한 '코로나 뉴 노멀', 경기회복 둔화로 인한 수익성 감소 등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 감독‧검사 업무 방향과 관련해서는 "시스템리스크가 우려되는 회사에 대해서는 잠재리스크 예방을 위한 사전적 검사를 실시하고, 리스크 수준이 낮은 회사에 대해서는자체감사 등을 통한 시정능력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아울러 보험회사의 신사업 진출 등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건강관리(헬스케어) 자회사 소유 등을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배달종사자 등의 보장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이륜차보험 제도개선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