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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실손보험]③보험료 폭탄, 금융당국 '원죄' 탓

  • 2022.01.10(월) 06:10

실손보험 의료비 증가시키는 구조적 특성
보험 가입자들 '도덕적 해이' 막을 장치 없어
이미 2000년대 전후 전문가들 지적 나와

가입자만 3500만명이 넘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논란이다. 보험료 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소비자 물가에 빨간 등이 켜진 탓이다. '역대급 적자에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 하다', '보험료 폭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보험사와 소비자들에게서 동시에 나온다. 우리나라 보험보장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실손보험이 왜 보험사들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는지 실손보험의 탄생 배경과 현황,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범인 손해율이 치솟게 된 근본 원인을 한 번 찾아봅시다.

우선 정부(금융당국)입니다. 왜냐고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을 만들도록 유도하고, 2세대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도입해 상품설계도 했거든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의 논리에 실손보험이 좌지우지되선 안된다는 논리로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통제해 왔습니다. 현행법은 물론 헌법재판소 역시 보험사가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는 실손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요.

실손보험료는 각 보험사의 사업비 구조, 보험료 산출에 사용된 기초 통계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 폭'은 보험사가 임의로 정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금융당국과 협의해야 하죠.

금융당국이 만든 실손보험 표준약관

그런데 따져보면요. 실손보험은 본질적으로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성격이 있습니다. 실손보험에 들면 의료 비용을 일부만 내거나 전혀 부담하지 않아서입니다. 보험료가 꼬박꼬박 나가는 만큼, 아플 때 비싼 의료를 받고 싶은 게 당연한 거죠. 또 지금 아프지 않더라도 큰 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는 의료 서비스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손해율이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불어날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은 이런 구조적 특성이 유발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선례가 없었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2000년대 전후부터 전문가들은 공정한 시장규칙, 혜택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는 실손보험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각 나라의 의료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은 실손보험의 자기부담 금액을 연간 단위로 미리 정하고요. 금액이 많을수록 보험료를 깎아줬습니다.

1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일부 할인해주는 기능도 있고요. 도적적 해이 가능성을 유발할 수 있는 치료는 보장 횟수나 한도도 제한했습니다. 보험료 할증구간도 세분화돼 있었죠.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금을 타지 않으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기능이 3세대(2017년)에 탑재됐고요. 비급여 의료를 많이 받은 가입자의 보험료를 할증하는 구조가 4세대(2020년)나 돼야 등장합니다.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거죠.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매년 큰 폭의 실손보험료 인상을 용인하는 건 이런 '원죄' 탓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험사는 책임 없을까

보험사들도 당장 영업 욕심에 눈이 멀어 상품을 파는 데만 급급했죠. 보험업계 일부에서는 2008년과 2009년 사이 실손보험 가입자가 확 뛴 게 절판마케팅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2009년에는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만들면서 자기부담금 10%를 내게 했다고 했죠? 보험사들은 '이제 의료비를 100% 환급 해주는 실손보험이 없어진다'고 가입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공포심을 부추겼습니다.

보험사들이 '돈이 될 땐 가입시켜 놓고 손해나니까 보험료 올리고 4세대 실손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건 옳지 않다', '보험 가입자들이 호구냐',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실손보험에는 우는 소리냐'는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7~2020년) 실손보험의 위험보험료(계약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뺀 금액)는 연평균 13.4% 증가했고, 보험금 지급액은 연평균 16% 늘어 보험사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실손보험 누적적자가 2031년에는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우려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중단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17개 생명보험사 중 12곳, 손보사 13곳 중 3곳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실손보험의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거죠. 이대로 실손보험이 무너지면 국민건강보험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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