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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강석훈호 항로는]①'이동걸 지우기' 본격화할까

  • 2022.08.03(수) 06:11

윤 정부, 인수위 시절부터 이동걸 산은 회장 압박
혁신기업 지원 유지할 듯…민영화 재추진 여부 관심

KDB산업은행 강석훈호 출범 한 달이 지났다. 직면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강 회장의 정책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특히 관심은 조선업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 방안과 본점 부산 이전 등이다. 전임 이동걸 회장과 어떤 차별점을 갖고 산업은행을 이끌어갈지 조명해본다. [편집자]

윤석열 정부에게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눈엣가시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동걸 전 회장을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이 전 회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 만큼 윤 정부 첫 산업은행 회장인 강석훈 회장은 '이동걸 지우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습이지만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에서 '버릴 것은 버리자'라고 강조한 만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됐던 '산업은행 민영화'가 다시 고개를 들지 금융권 이목이 쏠린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미운털 박혔던 산은, 어떻게 바뀔까

이동걸 전 회장은 2020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건배사로 '집권 20년'론을 언급하며 "가자 20년"을 제안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정부는 출범 전 인수위 때부터 이동걸 전 회장을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규정하고 압박했다.

대표적인 게 산업은행 관리 아래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박두선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했던 사안이다.

당시 인수위는 박두선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친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산업은행이 '현 정부(문재인 정부) 임기 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금융위원회 지침을 어겼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지방이전에 대우조선까지…산은 압박하는 인수위(3월31일)

이런 이유로 강석훈 회장이 전임 이동걸 회장 유산을 지우고 어떻게 차별화한 산업은행으로 만들어 나갈지 주목된다. 강 회장은 지난 22일 '2022년 하반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비상경제대응체제 구축을 선포하며 "버려야 할 업무는 과감히 버리고 산은만이 할 수 있는 핵심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이 그리는 새로운 산은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이동걸 전 회장이 강조했던 혁신기업 지원 기조는 이어가면서도 산은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려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

이동걸 전 회장은 산은의 역할을 기업 구조조정에서 국내 기업 세대교체와 혁신창업기업 지원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산업은행은 혁신기업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이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중 올해 경영목표 및 중점추진과제에는 혁신성장 지원을 통한 미래성장동력 확충 방안이 포함됐다. 올해는 혁신성장분야에 전년대비 1조원 증가한 21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KDB산업은행이 개최하는 '넥스트라이즈'는 혁신기업 지원을 강조했던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의 결과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사진=KDB산업은행

특히 이 전 회장 시절 시작한 '넥스트라이즈'는 올해도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 행사는 유망 스타트업 투자유치와 국내외 대‧중견기업들과의 사업협력 확대가 목적이다. 산업은행은 'KDB 넥스트라운드'의 글로벌 확장과 'KDB 넥스트원' 참여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성장 생태계 활성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은행 내부 한 관계자는 "아직 임기 초반이라 전임 회장과 비교해 정책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혁신기업 지원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에 더해 강 회장이 취임사에서도 언급한 글로벌 경쟁력과 리서치 등 싱크탱크 기능 강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민영화 재등장할까

또 하나의 관심은 산업은행 민영화 재등장 여부다. 본점 부산 이전과 함께 민영화는 산업은행을 둘러싼 오랜 이슈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설립을 목표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09년 산업은행과 산은금융지주, 정책금융공사로 분할되며 민영화에 속도를 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물거품 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다시 통합됐다.

강석훈 회장 취임 초기라 아직 민영화 관련 이슈가 부각되진 않지만 내부적으로 혁신위원회를 통한 직무급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무급제 변화 핵심은 직무에 따라 전문성을 인정해 직급과 급여를 다르게 운영한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IB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볼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민영화하기 위한 첫 단계로 여겨질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은 공개채용을 통해 직원들을 뽑았고, 직원들은 본점과 지점 등 순환보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직무급제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민영화와 직무급제 변화는 뗄 수 없는 사안"이라며 "민영화는 지분 매각이 우선이지만 이보다 앞서 IB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시작이 직무급제 변화를 통한 전문성 강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 입장에선 전문성에 대한 평가 체계가 없고 특정 분야에 대한 인사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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