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산업은행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인 부산 이전을 위한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데다, 현재 산업은행이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신규 대표 선임 절차를 문제 삼으며 산업은행을 정조준했다.
'알박기' 비판나선 인수위
대우조선은 지난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박두선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신규 경영진을 구성했다. 그러자 인수위원회는 31일 브리핑을 통해 박두선 대표 선임을 두고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인수위가 박두선 대표를 문제 삼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 동생과 관련 있다는 점이다. 박두선 사장은 문 대통령 동생과 한국해양대 해사학부에 함께 입학했다.
인수위는 은행권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에 유관기관에 대한 현 정부 임기말 인사를 중단하라는 지침을 두차례 내렸고, 해당 내용을 업무보고 받았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이같은 지침을 대우조선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으면서 무리하게 인사를 강행했다는 게 인수위측 주장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외형상 민간기업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인수위가 이같은 비판을 한 배경에는 현재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이고, 4조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이 중 산업은행 2조6000억원)되는 등 대우조선해양을 사실상 공기업으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선업 구조조정 등을 위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번 인사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대상이 되는지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대우조선은 신규 대표 선임 절차상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박두선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고 강조한다.
박두선 사장은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지금까지 36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 입사후 대부분을 옥포조선소 야드에서 보냈다. 지난 2016년 선박생산운영담당, 2018년에는 특수선사업본부장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는 조선소장을 맡았다.
산업은행 역시 대표 선임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이번 대표 선임 역시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2017년 출범한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채권은행과 회사 경영진과는 독립된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관리‧감독 기구다. 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진행상황을 점검‧평가하고 개선방안 제시와 경영진 추천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수위 "이동걸 회장 문 정부 사람"…교체 가능성 커져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 이슈의 중심에도 서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했고, 인수위 경제1분과에서 해당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금융 경쟁력 등을 이유로 부산 이전을 공식적으로 반대해왔다. 산업은행 노조는 "서울을 벗어나면 네트워크 손실과 인적자원 약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부산 이전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지난 1월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공약을 비판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산업은행이 있으면(이전하면) 금융이 융성해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득보다 실이 많다"며 "서울에서 전국의 균형있는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새 정부에선 이동걸 회장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이날 대우조선해양 인사 비판 성명에서도 인수위는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노무현 정부 때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산업은행 초대회장으로 4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회장을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규정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사 책임도 이동걸 회장에게 물은 셈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선 국책은행중 이동걸 회장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동걸 회장 임기 종료 시점은 2023년 9월말이다. ▷관련기사: [윤석열 시대]금융권 수장들 물갈이 시작되나(3월10일)
이와 관련 인수위 측은 "산업은행에 대한 압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