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균 수협은행장의 임기가 내달 10일 종료된다. 총 5명의 후보가 차기 수협은행장 자리에 도전하면서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면면에서는 정치권과 수협은행의 대주주인 수협중앙회의 대립 구도가 보인다. 이 때문에 또 다시 예정된 일정에 맞춰 행장을 선출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마감된 차기 수협은행장 후보군 서류접수 마감 결과 김진균 현 행장,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상무),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그리고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 등 5명이 지원했다.
매번 파행하는 수협은행 '행장 선출'
수협은행장 인선의 핵심은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조율'이다. 행장 선임 기구인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부터 그렇다.
수협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수협은행의 대주주인 수협중앙회가 추천한 2인, 정부(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다. 차기 행장은 5명중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의견 조율이 필수라는 얘기다.
양측이 의견을 모으지 못해 행장 선임이 파행한 전례도 있다. 수협중앙회로부터 신경분리한 이후 2대 행장인 이동빈 행장, 3대 행장인 김진균 행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늘 계획을 맞추지 못하고 재공모를 진행해야 했다. 수협중앙회와 정부의 의견이 갈려서다.
익명을 요구한 수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는 인사와 정부측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두고 늘 의견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수협이 공적자금을 모두 갚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영향력이 크게 작동하면서 매번 행장 선임에 난항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내부출신 4명…현직 프리미엄 우선
후보중 내부출신 인사 4인 중에는 김진균 현 행장과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상무)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권재철 전 수석부행장과 김철환 전 부행장은 이미 퇴직해 '현직 프리미엄'이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직인 김 행장은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김진균 행장이 2020년 11월 취임한 이후 사실상 첫 성적표인 지난해 2216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지난 2018년(2303억원)에 이은 두번째로 많은 순익이다. 올해에도 순익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협은행의 순익은 1315억원으로 지난해 1206억원보다 9% 증가했다.
다른 은행장들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준 경우 연임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수협은행이 행장을 추천하는 인선과정이 다른 은행과 다르다는 점에서 연임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은행 내부 일각에서는 강신숙 상무 역시 차기 행장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강 상무는 김인권 전 수협중앙회장 시절부터 중용되온 여성 인사"라며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김 전 회장과 원만한 모습을 보이며 취임한 만큼 강 상무가 중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KB 출신 최기의 부회장 '깜짝 등판'
이번 수협은행장 후보 공모에서 주목받는 인사는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이다.
최 부회장은 주택은행에 입사한 이후 KB국민은행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통 은행인이다. 독립한 KB국민카드의 초대 사장을 맡기도 했으며 한때 국민은행장,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경영능력은 외부에서 검증을 마쳤다는 얘기다.
다만 그의 과거를 짚어보면 '깜짝등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 부회장은 국민카드 사장 시절 발생한 카드사 대규모 정보유출사태의 책임을 지고 2013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했던 그가 다시 은행으로 '컴백'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부산 출신이며 동아대를 졸업한 최 부회장은 국민은행 시절부터 지역 정치인들과 선이 닿아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1956년생으로 올해 만 67세로 은행장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다"며 "정부측 행장후보추천위원들이 그를 지지한다면 수협 출신 인사를 선임하고자 하는 수협중앙회와 의견 대립이 길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이를 두고 과거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깜짝 발탁' 사례가 연상된다는 말도 나온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017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출신인 김 회장을 선임했다. 부산은행 출신 자리였던 것을 외부에서 차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캠프 경제고문 등 정치권 인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