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가장 적극적으로 공약을 시행하는 분야는 주택금융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목표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높였던 대출 문턱을 다시 낮췄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입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유지되는 가운데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급등, 집값 하락 본격화 등의 영향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청년 금융정책인 청년도약계좌는 당초 공약에서 크게 후퇴했다. 특히 국회예산처에서 예산투입 효과성이 저조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금융공약 적극 시행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택 대출규제 완화 주요내용은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상한을 80%로 인상하고, LTV 상한을 규제 적용여부 등 지역에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저리 금융지원, 청년‧신혼부부 전세대출 및 대출 상환이자 지원 등도 공약이었다.
이 가운데 핵심인 LTV 규제 완화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금융위원회는 7월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해선 주택 소재지역과 가격에 상관없이 LTV 상한을 8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또 이달부터는 규제지역 내에서도 서민‧실수요자에게는 최대 6억원 한도 내에서 LTV를 70%까지 우대 적용하고, 공약에는 없었던 15억 초과 아파트 구입 목적 주담대도 허용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만큼 윤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공약 목표인 주거사다리 복원 효과는 요원하다.
우선 LTV 규제는 풀었지만 대출 가능 금액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DSR은 유지했다는 점에서 '반쪽' 규제 완화라는 평가다.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으로 증가한 상태라 윤 정부도 DSR 규제는 풀지 않고 있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을 받을 때는 DSR 40%가 적용된다.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올랐다. 주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은 8%에 육박한 상태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가 실수요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돼버린 셈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으로 금융비용이 급증한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 상황에선 대출규제 완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퇴한 청년도약계좌…앞날은
윤 대통령의 청년 금융정책인 '청년도약계좌'는 공약과 비교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당초 공약에선 일정 한도내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해 10년 만기시 1억원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기본 골자다.
하지만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청년도약계좌는 이 그림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금융위원회가 계획한 내년 세출예산안에는 청년도약계좌에 3528억원을 신규로 배정했다. 구체적 계획으로는 만 19~34세 청년중 개인소득 60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대상으로 가입한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일정비율을 지원하고 이자소득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상품 5년 만기 기준으로 납입액 40만~70만원, 정부매칭 최대 6%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청년도약계좌는 5년 만기 5000만원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관련기사: 모습 드러낸 윤 정부 금융공약, 논란 극복할까(9월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내년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반토막 수준인 공약도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여야 대립은 물론 국회예산처에서 청년도약계좌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한 까닭이다.
국회예산처는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다른 청년자산형성 상품과 달리 청년지원 정책과 연계성이 낮아 예산투입 효과성이 저조할 우려가 있고 세대간 형평선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중장기 재정투입사업이라는 점에서 총 재정투입규모와 사업기간, 대상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국회 심사과정에서 도입 타당성과 적정성 등을 논의할 수 있도록 상품을 조속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는 구체적 요건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당 지원과 형평성 논란 등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실제 출시되는 상품은 금융위 예산안에 포함된 계획보다도 더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