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은행장을 2년 만에 교체했다. 2015년 하나은행과 통합한 옛 외환은행(KEB) 출신 첫 행장이다.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초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첫 계열사 수장 인사로 '통합 완성'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개최한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에서 차기 하나은행 대표이사 은행장 후보로 이승열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최종 추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후보는 1963년생으로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기업설명회(IR)팀장, 재무기획부장 등 주로 재무쪽 일을 주로 맡있다.
통합 직전 외환은행에서 경영기획부장을 맡았고 통합과 함께 본부장으로 선임되며 경영기획그룹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및 하나은행 재무총괄(CFO) 부사장·부행장, 하나금융지주 그룹인사총괄(부사장) 겸 하나은행 경영기획·지원그룹장(부행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그룹임추위는 "이 후보가 최근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 중요한 자질인 전략적 방향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췄다"며 "MZ세대(20~30대)를 포함한 전 조직 구성원들과의 소통, 특히 영업 현장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조직을 이끌어 나가고 투자자 및 손님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원만히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신념과 원칙에 기반하여 조직을 원활히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신뢰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생과 협업이 중시되는 현 금융 생태계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하나은행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에 옛 서울은행 출신으로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을 지낸 함 회장의 '통합 완성'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환은행 출신 행장 배출을 기반으로 구성원들의 화학적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 후보가 그룹내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 경영 안정성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출신 지역이나 학교 등에서 윤석열 정부 정치권 인사 및 경제 관료들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것이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하나금융은 통상 1~2월께 그룹임추위 결과를 내놨는데 올해는 그 시점을 앞당겼다. 하나은행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이 후보 선임이 확정되면,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첫 외환 출신 하나은행장이 탄생한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 등 향후 거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룹임추위는 하나증권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강성묵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이호성 하나은행 부행장을 추천했다.
하나증권 사장으로 추천된 강 후보는 1964년생으로 청주 신흥고,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상업은행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인 뒤 1993년 하나은행으로 옮겼다. 이후 영업지원그룹, 경영지원그룹, 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았다.
하나카드 사장 추천 대상인 이 후보도 1964년생이다. 대구 중앙상고를 졸업해 한일은행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1992년 하나은행으로 옮겨왔다. 강남권 등지의 영업그룹장, 영업지원그룹장을 거쳐 올해부터 영업그룹 총괄 부행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현재 하나증권 사장인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그룹글로벌총괄 부회장과 권길주 현 하나카드 사장의 거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하나카드는 올해 실적 악화와 함께 노동조합과의 갈등 등이 불거진 상태였다. 공석이 되는 하나생명 사장,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등에 대한 인사는 올 연말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