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에 호응하기 위한 정책 금융상품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해당 상품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소득에 상관없이 연 4%대 금리로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출시 이후 높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해당 방안에 담긴 주택가격에 주목한다. 사실상 정부와 금융당국이 정한 적정 주택가격이 9억원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규제·고금리 피하는 주담대 곧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특례 보금자리론' 운영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여의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힘내라 우리 경제 도약하는 한국금융'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올해 초 과거 정책 모기지들을 합친 특례 보금자리론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지난해말 당정협의에서 금리인상기의 서민과 실수요자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금융상품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함께 내놨다.
금융위가 내놓은 청사진을 보면 특례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일 경우,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여기에 더해 종전의 정책 주택담보상품과 달리 소득제한이 없는 데다가 금리는 약 4%대의 고정금리로 취급될 예정이다. 주택구매, 대환, 보전 등 모두 동일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해당 상품은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례 보금자리론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부터 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만 따져 대출을 취급하는 것으로 방향성이 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투기지역 해제, LTV 규제 완화 등의 카드를 연거푸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찾기 힘들 것이란게 금융권의 관측이었다. 그 중심에는 DSR이 있다.
DSR은 차주의 총 소득을 차주의 연간 대출원리금상환액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현재 은행권은 1억원 이상 대출시 DSR이 40%가 넘으면 대출 실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무리 LTV규제를 완화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게 금융권의 지적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DSR을 무효화 하는 특례상품이 출시되는 만큼 해당 대출이 취급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공급액이 소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는 "아무리 대출 규제를 풀어도 DSR 규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의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란게 금융권의 관측이었다"라며 "은행에서 받을 수 있으며 DSR규제 밖에 있다면 엄청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은 금리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현재 상황과 비교해 금리가 매우 저렴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례 보금자리론은 약 4%대의 고정금리 대출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요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8%대에 형성됐다는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저렴한 상품이라는 얘기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건당 취급 액수가 크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금리민감도가 높은 대출로 꼽힌다. 지난해 오른 시장금리가 기 대출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올해 대출자들의 '곡소리'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연이어 나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대출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4%의 고정금리로 신규주택구매, 대환, 보전 등 주택과 관련된 모든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출시되는 만큼 높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9억원'…금융권 '주목'
금융권에서는 특례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례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상한인 9억원이 사실상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가 보고 있는 '적정수준의 집값'이라는 판단이 담긴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 가격은 12억6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12억8058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다.
여기에 더해 시장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매매심리까지 꺾이며 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가계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 가계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가계가 대부분 금융권의 대출을 바탕으로 주택을 구입했는데, 빠르게 집값이 하락하면 집을 처분해도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최근 몇년 사이 형성된 집값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건설사 들의 유동성 위기 등으로 전이되는 등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미 레고랜드 사태로 홍역을 겪은 상황인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주택가격의 적정선을 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는 정책금융상품을 일원화해 공급하는 특례 보금자리론에서 제시된 주택가격 9억원이 일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은행 한 PB는 "특례 보금자리론의 계획안을 보면 금리부담도 적고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부분 회피하지만 딱 한가지 집값이라는 제약이 있다"라며 "정책 금융상품을 일원화해 공급하는 상품인 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이는 주택 중위가격이 9억원이 적당하다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