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우량 등급의 회사채·기업어음(CP) 뿐 아니라 비우량물도 매입 대상에 추가하는 등 단기자금시장 지원을 강화한다. 이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의 지원 대상을 여전채 A-등급에서 BBB-등급으로 전격 확대한다.
아울러 부실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의 위험도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브릿지론을 본 PF로, 단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자 보증도 신설한다.
P-CBO 여전채 지원 범위 A-→BBB-로 확대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금감원·정책금융기관과 함께 공동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과 이명순 금감원 수석부원장,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관 부기관장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CP 단기자금시장을 둘러싼 유동성 경색 우려가 다소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우량물 중심으로 매입수요가 발행규모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3년 만기의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작년 10월 중 5.73%로 고점을 찍은 후 1월11일 4.78%까지 안정화됐다. 3개월 만기의 A1등급 CP은 작년 12월 5.54%로 고점을 기록한 뒤 1월11일 4.90%까지 내려왔다.
다만, 아직 온기가 전해지지 않은 비우량 등급까지 안정세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유동화증권 디폴트사태의 충격으로 채권시장이 쇼크를 겪자 정부는 50조원 이상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현재 40조원 이상의 지원 여력이 남아있으며 당국은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별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에는 6조4000억원이 남아있고 캐피탈콜 방식으로 9조원 추가 조달이 가능하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회사채·CP매입프로그램에는 7조6000억원이 남아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이들의 지원대상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아울러 P-CBO에는 5조원의 신규 자금이 공급된다. P-CBO는 공모시장에서 채권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전채 지원대상을 대폭 넓힌 점이 눈에 띈다. 일반기업의 경우 기존대로 BB-등급 이상의 기준을 유지한 한편, 여전사는 A-등급에서 BBB-등급으로 4단계나 낮췄다.
브릿지론→ABCP로, 단기 ABCP→장기 대출로 전환 보증
또한 부동산 PF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을 지원하는 사업자 보증과 함께 만기가 짧은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는 사업자 보증도 이달 중 신설할 예정이다.
증권사와 건설사가 보증하는 PF ABCP 매입프로그램도 각각 1조3000억원, 9000억원씩 지원 여력이 남아있다. 이는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에 포함돼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권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공유됐다. 현재로서는 개별회사의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지만, 올해에도 모니터링을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지원프로그램 동원 카드도 시사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현재 운영중인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시장 안정세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불안이 재확산될 경우를 대비해 기존 프로그램의 지원대상 및 규모 확대, 추가적인 지원프로그램 가동 등도 선제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