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지방은행과 협업해 대출 자금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공동대출 모델'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동반성장을 통해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또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목표 완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일부 대면 업무를 허용 등도 함께 요청했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으로 구성된 인터넷전문은행 협의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건의 사항'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우선 은행권 경쟁 확대 방안으로 지방은행과의 상생 모델인 '공동대출' 도입을 제안했다. 공동대출은 대출 희망자가 인터넷전문은행 앱에서 대출 신청을 하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이 각각 심사해 승인하는 방식이다.
각 은행은 사전에 합의한 비율에 따라 차주에게 대출을 실행하고, 고객 대상 업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방은행에서 위탁받아 수행한다. 두 개 은행이 각각의 채권자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협의회는 이 방안이 도입되면 인터넷은행은 성장 기반을 확대할 수 있고, 지방은행도 영업 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형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적 구조 완화와도 연결된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방안에 대해 "대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지방은행과 소비자와의 넓은 접점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간 협업을 통한 경쟁 촉진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에따라 해당 모델 관련 법적·제도적 제약 여부, 출시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했다. 최근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올해는 중저신용자대출 잔액 목표에 대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이들 은행의 중저신용자대출 목표는 각각 30%와 32%, 44%다. 지난해 말엔 25.4%, 25.1%, 40.4%의 비중을 달성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지속가능한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서는 급격한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목표 비율 완화 또는 유예를, 토스뱅크는 인터넷 은행과 동일 비율을 부여하는 방식을 건의했지만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와 부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중저신용자 대출 등으로 '금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초기의 설립취지를 벗어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미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날 열린 백브리핑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완화하기보다 위험관리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단층 해소 역할을 계속하고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해 적절한 금리를 산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일부 대면 업무를 허용해줄 것도 건의했다. 아파트 집단대출 상품이나 기업 수신계좌 개설시 대면업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금은 관련법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영업만 할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중개 시장 진입도 요청했다. 'ETF 중개'를 라이선스화해 인터넷전문은행이 해당 라이선스를 취득할 경우 이를 취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건의 사항에 대해 관련 민관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개선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지금까지 급격한 외형성장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꾸준한 자본확충을 통한 건전성 제고, 대안 신용평가의 고도화·혁신화,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철저한 부실 관리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