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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되면 망한다고?"…기후기술 둘러싼 '말·말·말'

  • 2024.10.23(수) 14:26

[Biz북터뷰]문승희 기후기술 전문가
"IRA 폐지 불가능…규제 완화 그칠 것"

[편집자주] 'Biz북터뷰'는 경제를 비롯한 전문 도서의 저자와 만나 책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한 핵심을 비롯해 미처 말하지 못한 생각들을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문승희 '기후기술의 시대' 저자 및 기후기술 전문가./그래픽=비즈워치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어도 기후기술 산업은 망하지 않을 겁니다. 기후 정책에 배타적인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선에 그칠 것입니다."

기후기술 전문가인 문승희 작가는 지난 18일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기후기술 산업 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에너지 전환, VCM(Voluntary Carbon Market, 자발적탄소시장) 등의 기후기술 산업 분야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후기술 관련 포럼 등에 연사로 초청되는 등 이 분야 전문가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후기술의 시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기후기술'이라는 단어 생소하시죠.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을 말합니다. 기후 위기가 전 인류의 문제로 부상하자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대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데요. 

보통 기후기술 산업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어떠한 정책기조를 갖느냐에 따라 산업 전체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의 기조는 글로벌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기후 분야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기후 담론에 대해 배타적 의견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법') 같은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왼쪽)와 카멀라 해리스 대선 후보/그래픽=비즈워치

내달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추진해온 IRA법 등의 친환경 정책이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기후기술의 성장동력까지 덩달아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작가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기후기술 산업 전반이 위태로울 일은 없을 것"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주요 공약인 'IRA법 폐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공약을 이행하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겹겹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죠. 

IRA법 폐지를 위해선 입법부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고, IRA법만 보고 미국으로 진출했던 해외 기업들의 반발을 미 행정부가 감당해야 하는데요.

그는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지역 일부가 IRA법 덕분에 해외 기업 진출이 활발해져 고용창출 혜택을 크게 받은 지역이다보니 섣불리 건들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기후기술 산업에 몰리는 투자금 빠진다고?

기후기술 투자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기술은 대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거나,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산업 특성상 초기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고, 장기간의 기술검증과 상용화 단계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외에도 VC(벤처캐피탈)와 PE(사모펀드)의 민간 투자금이 몰려야 하는데요. 하지만 기후기술 투자금 규모는 202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회계법인 삼일Pw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도 상반기, VC와 PE의 기후기술 분야 투자 총액은 약 370억 달러(약 50.8조원)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690억 달러에 비해 거의 반토막 난 수준입니다. 

문 작가는 "투자 총액이 감소한 것 자체는 기후기술 산업만의 고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우 전쟁 등의 지정학적 혼란, 세계적 경기침체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전반적으로 투자 시장에 흐르는 자금 흐름 자체가 위축된 것이죠.

오히려 그는 기후기술의 투자 지형이 기존과 다른 형태로 변화한 것을 주목했습니다. 특정 기술 분야에만 몰리던 돈이 다양한 곳으로 분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기후기술 섹터별 투자 점유율 비교

기후기술 산업은 특정 분야, 특히 전기차(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전기차 분야에만 유난히 투자금이 몰렸던겁니다. 최근엔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어요. 전기차 외 산업재(항공·화물·건설재), 신재생·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자금이 분산되고 있습니다.  

문 작가는 "투자자들이 기후기술의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게 됐고, 각 분야별 유망한 기술과 틈새시장이 발굴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워싱' 논란?…'의도적 패싱'이 더 나빠

문 작가는 소비자 사이에서 공론화가 되기 시작한 '그린워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어떤 기업이 친환경적인 척하며 소비자를 호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령 일부 카페 프렌차이즈 업체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교체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조했지만 알고보니 종이 빨대 제작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었던 경우를 들 수 있죠.

문 작가는 그린워싱 문제에 대해 "현재는 세계적으로 그린워싱의 개념을 분류하며, 실질적으로 그린워싱을 제재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구축 중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기후 문제를 고의적으로 패싱하는 '그린허싱(Green+Hushing)'을 경계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기후변화'의 전지구적 과제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기업들의 노력에 편승하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후공시 의무화,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문 작가는 국내 대형 상장사들에게 도입될 예정인 '기후 공시' 제도에 대해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기후공시 의무화 제도'란 기업들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감축 계획 등 기후 관련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도입 시기를 두고 재계는 2029년 점진적 시행을, 시민단체는 2026년 시행으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죠.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기업들에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더 낮게 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 작가는 "당장은 기업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이미 세계적 흐름이 된 만큼 빠르게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작가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후 정보 공개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도 기업들이 공개해야 할 기후 관련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 금융 공시 제도(SFDR)처럼 각종 국제 기준들도 마련되고 있죠.

그는 "기후 공시 준비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뉴노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변화해가는 세계적인 흐름을 빠르게 따라갈 수록 다른 경쟁자보다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문 작가의 주장입니다.

기후기술 개념서 '기후기술의 시대' 표지/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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