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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고 바꾸고' 불황 대비하는 은행들…'쇄신' 시험대

  • 2024.12.31(화) 08:09

대출환경 악화·금리인하 등 수익성 불안
영업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개편 단행
조직 축소·세대교체 단행으로 쇄신 강조

내년 경영을 위한 은행권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 등이 마무리 단계다. 이번 연말 인사 키워드는 영업 경쟁력 강화와 조직 슬림화, 세대 교체 등이 꼽힌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 동안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매년 실적 성장을 달성하던 것과 달리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확실성에 휩싸인 까닭이다. 3년여 만에 통화정책이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섰고 내수경기 침체, 가계부채 관리 등으로 대출영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내년 은행권은 수익성 방어는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축소·세대 교체…쇄신 나선 은행권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내년에는 18개 그룹과 27개 본부, 117 부서로 운영한다. 이전과 비교해 4개 본부와 22개 부서를 없애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본부조직을 20개에서 17개 그룹으로 축소하고 부행장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5명 줄이는 등 조직 군살을 빼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

하나은행은 본점 12개 부서를 기존 부서에 통폐합하며 조직을 슬림화했고 영업 현장 지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임원진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1970년대생을 전면 배치하고 영업 현장 경험이 많은 새 얼굴을 등용했다. 국민은행은 신규 경영진 21명 가운데 20명을 70년대생으로 선택했고 1980년생도 발탁됐다. 

우리은행은 기존 부행장 중 11명이 물러난 가운데 승진한 6명 부행장 중에는 1971년생도 포함시켰다. 해외법인장 연령도 낮추며 1970년대생 본부장급을 발탁해 해외영업 활성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임원들과 함께 변화된 조직을 이끌 은행 수장들도 새 얼굴이 다수 등장했다. KB국민은행장에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가, 신임 하나은행장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맡는다. 우리은행은 일찌감치 이달 초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신임 행장으로 낙점했고, NH농협은행은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새로 이끌 예정이다. 

국내 은행들은 최근 3~4년 동안 실적 성장을 거듭했다.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대출자산과 코로나 이후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 등이 이자이익으로 이어진 까닭이다. 

성장은 이어갔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순탄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탓에 은행을 향하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지나친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을 만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대규모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다. 직원들의 부당대출과 횡령 뿐 아니라 불완전판매 등도 은행권을 뒤덮었다. 은행들이 조직을 줄이고 새 얼굴에게 경영을 맡기는 등 쇄신에 나선 이유다.

내부통제 강화하고 수익성 확보 관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내년부터는 은행들의 실적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 그 동안 성장을 주도했던 이자이익 증대가 어려울 수 있는 까닭이다. 

은행들은 금리가 떨어지면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1월 3년6개월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데 이어 12월에도 예상 밖 인하를 단행했다. 내년에도 침체된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대출자산 증대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 역시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만만찮은 상황이다.

동시에 대출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도 필요하다. 경기침체로 인해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은행과 지주에 보통주자본 적립을 요구(혹은 권고)할 수 있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가능성 등 경쟁 심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에서 벗어나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적인 가계대출 확대로 성과를 만들던 시대가 지나갔고 생산적인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실수요자와 우량차주를 대상으로 가계대출에 대한 자금공급을 지속하는 동시에 선별기능 강화와 협력체제 구축 등으로 신성장동력·핵심수출 산업 등에 대한 자금공급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조직과 경영진들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에는 이전과는 다른 경영환경이 예상돼 이에 대한 대응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며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아닌 이전 수익성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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