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더 무게를 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정국 불안에 위축된 소비, 투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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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는 25일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대 금리는 2022년 10월(2.5→3.0%) 이후 약 2년4개월 만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낮췄다. 이후 11월 3.0%로 2회 연속 내렸다.
시장에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달 금리동결 배경이었던 원·달러 환율 급등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로 여전히 높지만, 1월 1450원대보단 한결 나아져 침체를 겪는 국내 경기에 집중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11월)였던 1.9%보다 대폭 낮춘 1.5%로 제시했다. 석 달 만에 0.4%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1월 이례적으로 발표한 중간 점검 수치(1.6~1.7%)보다 낮다.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은 이미 부정적이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내렸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해외 투자은행 8곳의 평균 전망치는 1.6%였다. 한은이 이보다 눈높이를 낮춘 건 그만큼 우리 경제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상계엄 여파로 소비·투자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무역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물리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화정책으로라도 서둘러 경기를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 역시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을 통해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 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2월 이후 금통위는 4월에 예정돼 있다"며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된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 효과를 보기 위해선 이달 인하가 필요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인하 사이클이 당분간 중단될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면 금리 역전 탓에 자본 유출이 심화하고 환율도 치솟을 수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연 4.25~4.5%)과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