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 성적표가 21년 만에 3등급(보통)으로 강등됐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아 인수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대규모 부실·부당대출이 적발되는 등 내부통제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인허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서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통보받았다. 기존 2등급(양호) 대비 한 단계 하향조정된 것으로,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은 건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사 주된 사업이 자회사 편입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패널티(불이익)"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내부통제를 다루는 리스크관리 부문과 자회사 및 내부거래를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가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총 2334억원의 부당대출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를 보고·수습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도 미흡했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게 되면서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자회사 편입심사를 통과하려면 원칙상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양호)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우리금융은 '몸 낮추기'에 한창이다. 대출금리 인하, 내부통제 전문가 선임, 여성인재 육성 등 금융당국 요구를 착실히 이행하며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자본비율 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말 건전성 주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대로 다시 올라선 바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자금 1조5493억원을 써도 CET1 하락이 0.06%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90% 수준이다.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면 단번에 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올해 8월까지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에 낸 계약금 1549억원을 떼이게 된다. 인수 실패 책임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아도 보험사 인수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 요건이 충족되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조건부 승인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지난 2004년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은 우리은행에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바 있다.▷관련기사 : 우리금융 경영평가 3등급…보험사 인수 '공'은 금융위로(3월17일)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금융위에 두 보험사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종 인가 여부는 법률상 심사 기한 등을 고려할 때 5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이 우리금융이 보험사 등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금융위 재량으로 뒤집는 것이라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량적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경영실태평가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관련기사 : 동양·ABL생명 주인의 자격 결국 금융위가 정한다(2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