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보험사 인수 기로에 선 우리금융…믿을 건 금융위 뿐

  • 2025.03.18(화) 16:06

우리금융 경영평가 21년 만에 3등급 강등
동양·ABL생명 등 자회사 인수 원칙상 불가
금융위 '조건부 승인' 고심…5월께 가능성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 성적표가 21년 만에 3등급(보통)으로 강등됐다.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아 인수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정기검사에서 대규모 부실·부당대출이 적발되는 등 내부통제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인허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서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 중론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통보받았다. 기존 2등급(양호) 대비 한 단계 하향조정된 것으로,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은 건 지난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사 주된 사업이 자회사 편입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패널티(불이익)"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는 리스크관리(40%), 재무상태(30%), 잠재적 충격(30%) 등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내부통제를 다루는 리스크관리 부문과 자회사 및 내부거래를 다루는 잠재적 충격 부문에서 점수가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정기검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총 2334억원의 부당대출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를 보고·수습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도 미흡했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게 되면서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자회사 편입심사를 통과하려면 원칙상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양호) 이상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우리금융은 '몸 낮추기'에 한창이다. 대출금리 인하, 내부통제 전문가 선임, 여성인재 육성 등 금융당국 요구를 착실히 이행하며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자본비율 개선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말 건전성 주요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도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2%대로 다시 올라선 바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자금 1조5493억원을 써도 CET1 하락이 0.06%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인수가 필수적이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90% 수준이다. 보험사 인수에 성공하면 단번에 80%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올해 8월까지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에 낸 계약금 1549억원을 떼이게 된다. 인수 실패 책임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이 3등급을 받아도 보험사 인수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 요건이 충족되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조건부 승인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지난 2004년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은 우리은행에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바 있다.▷관련기사 : 우리금융 경영평가 3등급…보험사 인수 '공'은 금융위로(3월17일)

우리금융은 지난 1월 금융위에 두 보험사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최종 인가 여부는 법률상 심사 기한 등을 고려할 때 5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감원이 우리금융이 보험사 등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금융위 재량으로 뒤집는 것이라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량적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경영실태평가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관련기사 : 동양·ABL생명 주인의 자격 결국 금융위가 정한다(2월28일)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