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29일 오전, 대한민국 금융의 메카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은행 영업점은 창구 직원부터 청원경찰까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틀 전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센터 화재 여파로 전산망 일부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으면서, 은행 창구 업무 곳곳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금융권 국정자원 화재 '비상대응'…"월요일 영업개시전 만반의 준비"(9월28일)
이번 화재의 직접적 파장은 주민등록증 본인 확인 불가다. 정부 전산망을 통한 진위 확인이 막히면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해도 업무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대신 은행들은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그리고 지난 26일 새벽 1시 이전에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만을 인정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정부 시스템 점검으로 본인확인 및 일부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며 "실물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기존 발급된 모바일 신분증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를 냈다. 이어 실물 주민등록증과 국가보훈증은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사용 가능한 신분증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며 고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은행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날 오전 9시 40분 현재 "화재 소식을 접하고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거나 민원이 폭주할까봐 걱정했는데 아직은 접수된게 없었다"면서도 "운전면허증 등 대체 인증 수단이 없는 고객들이 오실 수 있으니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행정전산망 마비는 단순한 금융업무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24 전자증명서, 국민비서, 혜택알리미 등 디지털 행정 서비스와 공공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도 모두 차단됐다. 이에 고객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체크카드 발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 상품도 전자 증빙 대신 소득금액증명원,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실물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한다.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더욱 난처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모두 일부 대출상품 심사가 중단됐으나, 현재는 문제 없이 진행 중이다. 다만 대출의 경우 고객이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직접 촬영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정부24 복구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복구가 생각보다 빠르게 된 덕분에 주민등록증을 제외한 모든 인증 수단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드 연계 은행 영업점 등에서 신청·지급이 가능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정상 운영 중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서버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에 위치해 온라인 신청·지급·사용에 문제가 없다. 오프라인 신청·지급·사용도 주말 중 시스템 조치를 완료해 이상 없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이의신청은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로 인해 어렵다. 이의신청이 필요한 국민은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접수해야 한다.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받은 소비쿠폰의 사용지역 변경도 주민등록시스템 장애로 인해 일시적으로 제한되고 있다. 추후 정상화 시 별도 공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