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長子)는 법이다’. 유교적 가풍을 가진 LG에서 ‘장자 승계’는 감히 어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절대불변의 후계 원칙이다. 장자 승계 원칙은 4대 구광모(43) 현 회장으로까지 이어졌다.
‘범LG’ 주방·생활가전 중견기업 ‘쿠쿠(CUCKOO)’도 예외가 아니다. 창업주 구자신(81) 회장은 LG 2대 경영자 고(故) 구자경 전 명예회장과 10촌 관계다. 구 회장의 2006~2018년 4단계에 걸친 대물림 작업은 ‘장남 승계’를 매듭짓기 위한 수순이었다.
2006년 주주 정리, 승계 작업 도화선
2006년 8월. 전기밥솥 제조법인 옛 ‘쿠쿠전자’(현 쿠쿠홀딩스)의 주주 정리가 이뤄진 시기다. 구 회장의 매제 인원식씨(8.33%)를 비롯해 기타주주가 총 22.2%의 지분을 판매법인 과거 ‘쿠쿠홈시스’와 부품 제조법인 옛 ‘쿠쿠산업’(현 엔탑)에 무상증여했다.
앞서 ‘[거버넌스워치] 쿠쿠 ②편’에서 언급한 대로, 당시 쿠쿠홈시스는 구 회장의 장남 구본학(52) 현 쿠쿠전자·쿠쿠홈시스 대표와 차남 구본진(48)씨가 각각 지분 53%, 47% 양대 주주로 있던 곳이다. 쿠쿠전자와 쿠쿠산업의 1대주주로서 계열 지배구조의 위상도 막강했다.
쿠쿠전자에 대한 쿠쿠홈시스의 지분이 44.9%로 뛰었던 게 증여 때다. 쿠쿠산업 소유는 25.4%로 확대됐다. 이외 구 회장(24.8%), 쿠쿠사회복지재단(4.9%) 등 쿠쿠전자는 4인 주주 체제로 변모했다.
공교롭게도 2006년은 구 회장이 맏아들 구본학 당시 부사장에게 사실상 경영권을 넘긴 시기다. 구 부사장이 쿠쿠전자 및 쿠쿠홈시스 양대 주력사의 대표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등장했던 게 이 무렵이다.
2012년 11월, 쿠쿠전자의 쿠쿠홈시스 흡수합병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특히 쿠쿠홈시스의 몸값이 3170억원에 달했던 터라 구 대표가 소유하게 된 합병법인 쿠쿠전자의 지분이 33.1%(1680억원)나 됐다. 동생도 29.4%(1490억원)로 갈아탔다. 쿠쿠전자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던 형제가 일약 1·2대주주로 등장한 것이다.
2014년 상장, ‘장자’ 후계구도 마침표
2014년 8월, 쿠쿠전자의 증시 상장을 계기로 구 회장은 2세 후계구도에 못을 박았다. 쿠쿠전자는 2550억원 상장공모를 실시했다. 신주 발행 없이 전액 기존 주주들 소유의 주식을 대상으로 했다. 구본진씨 15%를 비롯해 엔탑(9.5%), 자사주(0.5%) 등 지분 25%다.
즉, 상장을 형제간 지분 정리를 통해 장남의 지배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했다. 상장 공모가 전액 구주매출로 이뤄진 까닭에 구 대표의 쿠쿠전자 지분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33.1%를 유지했다. 반면 구본진씨는 14.4%로 떨어졌다. 구 회장의 후계구도는 ‘장자 승계’로 분명하게 선이 그어졌다.
2018년 5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쿠쿠전자를 지주회사로 남기고 주력사업을 쪼갰다. 인적분할을 통해 렌탈법인 현 쿠쿠홈시스를 떼어 냈다. 물적분할 방식으로 주방·생활가전 제조판매업체 현 쿠쿠전자를 신설했다.
다음으로 쿠쿠홀딩스는 쿠쿠홈시스 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현물출자를 실시했다. 구 대표는 쿠쿠홈시스 지분(33.1%) 중 절반을 내놨다. 지주 지분을 9.3%p 보강, 현재 42.36%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다.
자타공인 쿠쿠의 2세 경영자 구본학 대표가 확고한 지배기반을 갖추기까지의 일련의 흐름이다. 아울러 20년 전 11억원 정도였던 옛 쿠쿠홈시스(53%)의 주식가치는 가업 승계를 마무리한 지금은 쿠쿠홀딩스(42.36%), 쿠쿠홈시스(16.55%)의 344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 [거버넌스워치] 쿠쿠 ④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