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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휴온스 후계자 윤인상이 대표 꿰찬 휴노랩의 정체

  • 2023.02.09(목) 07:10

[중견기업 진단] 휴온스④
오너 윤성태 아들 3형제 중심의 개인회사
내부거래 기반 위에 계열출자로 몸값 ‘Up’
올해 지주사 주주로 등장…우회승계 촉각

올해 초, 중견 헬스케어그룹 휴온스(Huons)의 지주회사 휴온스글로벌에 낯선(?) 주주가 이름을 올렸다. ‘휴노랩’이다. 휴노랩을 지렛대로 한 지주사의 지분 확보 즉, 우회  승계의 신호탄일 개연성이 없지 않다.

오너 윤성태(59) 회장이 아들 3형제의 가업세습을 위해 감춰둔 ‘히든 카드’가 바로 휴노랩이여서다. 올해 나이 34살인 맏아들이 20대에 접어들기도 전에 일찌감치 준비한 카드다. 때마침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도 감지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휴온스글로벌사옥.

맏아들 대표 맡은 휴노랩 지주사 주주로

작년 3월, 윤 회장은 휴노랩의 대표를 교체했다. 윤인상(34) 현 휴온스글로벌 이사(전략기획실장)를 앉혔다. 장남이다. 윤 이사가 현재까지 휴온스 그룹사 중 대표를 맡고 있는 곳은 휴노랩이 유일하다.

휴노랩의 정체 묘하다. 2008년 1월 설립됐다. 모태기업 옛 ㈜휴온스가 2016년 12월 상장한 지 약 1년쯤 지난 뒤다. 만들어진 지는 한참 됐지만 현재 휴온스글로벌을 정점으로 10개사로 이뤄진 지주회사 체제에 속하지 않는다. 

대표의 면면 역시 이채롭다. 초기 윤 회장의 외사촌 박광서씨→2009년 3월 윤 회장에 이어 이번에 윤 이사가 바통을 이어받기 전 2014년 3월부터 경영을 총괄해왔던 이가 모친 김경아(59) 휴온스글로벌 사장이다. 작년 4월 윤 회장이 회장 취임을 계기로 각 계열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휴노랩만은 예외다. 

즉, 휴노랩은 예나 지금이나 윤 회장 일가 가족회사라는 뜻이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상 아들 3형제가 주인인 개인회사다. 비록 비(非)외감법인이라 제한적이기는 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사회 멤버는 죄다 부인과 아들 3형제

휴노랩은 초기 윤 이사(30%)와 김 사장(30%)이 공동최대주주였다. 다음으로 윤 회장의 차남 윤연상(32)씨가 20%를 가졌다. 2015년쯤에는 윤 회장 일가가 65.9%를 보유했다. 이후 최대주주가 바뀌어 2018년 이후로는 3남 윤희상(28)씨가 20.21%(2021년 말 기준)를 보유했다. 윤 이사는 19.81%를 가졌다. 

한때 휴온스글로벌(지주사)과 휴메딕스(자회사)가 도합 24.45%의 휴노랩 지분을 보유했지만 2018년 6월 휴노랩 등에 매각했다. 2016년 8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지정에 따라 각각 자회사, 손자회사 외의 계열 주식 소유를 금지한 지주요건을 해소(유예 2년)하는 차원이었다.  

따라서 1대주주의 면면으로나 휴온스 계열에 산재된 정보 등을 취합해 볼 때, 휴노랩은 주주가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일가와 자사주로 짜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휴노랩을 윤 회장이 후계승계을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계열사라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윤 이사의 대표 선임을 계기로 두 동생도 휴노랩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부인은 제외하면 이사진이 죄다 윤 회장 아들 3형제다. 휴온스의 기업 정체성과 이사진이 딱 맞아떨어진다.

결국 현 상황은 윤 이사가 휴노랩 경영을 직접 맡든 뒤 휴노랩을 통해 휴온스글로벌 주식 매입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번 0.08%(2억원)에 이어 휴노랩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지 주목할 수밖에 없다. 현 3형제 지분 9.43%에 더해 휴노랩을 통해 지주사 지분을 자신들의 영향권에 둘 수 있어서다.  

휴온스 계열이 판 깔아준 사업구조

윤 회장이 휴노랩을 음으로 양으로 공들여 키운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향후 지분 증여 등에 대비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되든, 우회적인 지분 보강에 활용되든 승계 지렛대로 삼기에 아쉽지 않을 만큼 휴노랩의 기업가치가 거듭 ‘레벨-업’되고 있어서다.  

사업적 역량은 이렇다 할 게 없다. 주로 옛 ㈜휴온스 등 계열사들이 판을 깔아줬다는 뜻이다. 초기에는 IT서비스 및 치료용 의료기기 2개 사업부문을 가졌고, 2014년 매출 34억원에 계열비중이 77%나 됐다.  

2015년 4월 ㈜명신(존속, 2017년 4월 현 사명으로 변경)과 ㈜파나시(휴온스메디컬, 2022년 2월 현 휴온스메디텍에 흡수합병)로 쪼개진 뒤로는 IT부문만 남았다. 이 역시 그룹사의 IT용역을 전담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2014~2017년 매출 40억원 안팎에 한 해 많게는 5억원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였다. 

다만 2019년 1월 휴온스글로벌에 IT 및 디자인 부문을 41억원을 받고 넘긴 뒤로는 별다른 자체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 2021년 매출이  ‘제로(0)' 인 이유다. 반면 휴노랩의 존재감은 계열 투자에 진면목이 감춰져 있다. 즉, 윤 회장이 안정적인 사업구조에다 ‘돈이 될 만한하다 싶은’ 계열사에 출자해 휴노랩의 기업가치를 키워왔다는 뜻이다.

일가 뒤이어 BW 워런트 기반 65억 ‘잭팟’

2011년 10월 옛 ㈜휴온스가 발행한 1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맨 먼저 등장한다. ‘[거버넌스워치] 휴온스 ②~③편’에서 상세히 얘기한 대로, 윤 회장 일가 5명이 사채와 분리된 워런트(신주인수권) 86억원어치를 싹쓸이해 ‘잭팟’을 터트린 바로 그 BW다.  

사실 휴노랩은 이번에 처음으로 휴온스글로벌 주주가 된 건 아니다. 한참 전인 200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립 7개월 만이다. 지주사의 전신 옛 ㈜휴온스 주식을 2011년 5월까지 장내에서 2억여원에 0.42% 사들인 것. 이어 2012년 10월 ㈜휴온스 BW 워런트 7억원어치을 4억원에 인수한 뒤 2013년 11월 주식으로 전환, 1.31%로 확대했다. 

이듬해 10월 회수에 들어갔다. ㈜휴온스가 실적 호전으로 주가가 치솟던 때다. 지분 전량을 78억원(주당 5만2500원)을 받고 처분했다. 매입비용 13억원(주당 8900원)의 6배다. 총 6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휴노랩의 2014년 매출(34억원)과 맞먹는 30억원의 순익을 낸 이유다.

휴노랩은 2019년 이후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지만 2021년 말로만 봐도 자본금 6600만원에 자기자본이 172억원이다. 총자산은 183억원이다. 과거 BW 워런트를 비롯한 옛 ㈜휴온스 주식투자 수익이 기업 볼륨을 키우는 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휴노랩은 의료용 유리용기 앰플, 바이알 제조업체 휴베나를 통해 지난해 다시 대박을 쳤다. 든든한 ‘계열빨’ 덕에 예나 지금이나 벌이가 아쉽지 않은 곳이다. 가성비 좋은 윤 회장의 승계 퍼즐은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휴온스 ⑤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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