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같은 무더위에 아이스크림 하나 입에 넣으면 더위도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듭니다. 과일 맛, 유제품 맛, 초콜릿 맛 등 종류도 다양해 취향에 따라 맛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죠.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을 내느냐에 따라 모양이나 색깔도 각양각색입니다. 특히 보기에 맛깔스러운 색깔을 내는 데에는 '이산화티타늄(티타늄디옥사이드)'이라는 성분이 숨어 있는데요.
이산화티타늄은 금속 원소인 티타늄이 산소와 반응해 만들어지는 화합물입니다. 색상이 밝고 불투명한 특성이 있어 아이스크림뿐만 아니라 각종 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에 두루 활용되고 있습니다. 식품에서는 껌, 사탕, 초콜릿, 케이크 장식, 커피 크리머(프림), 소스 등을 흰색이나 광택을 내기 위한 착색 목적으로 사용하고요.
의약품에서는 정제와 캡슐 제형을 코팅하는데 주로 쓰입니다. 약의 색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유통기한 동안 약효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장품에서는 주로 자외선 차단제나 피부(특히 눈 주위), 손톱, 입술 등에 색을 입히는 제품의 착색제로 사용됩니다.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을 포함한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 산란시켜 제품의 질 저하를 방지하며, 제품의 불투명도를 높이고 투명도를 줄이는 역할도 합니다.
나노입자 흡수시 인체 위험성 주의보
이산화티타늄은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산화티타늄은 생물학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환경 및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져있는데요. 다만 나노 입자는 초현미경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아 피부를 통과할 수 있고 나아가 피부 기저에 있는 혈관 및 혈액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이산화티타늄이 인체에 흡수되면 세포 내에서 DNA에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염색체 이상, 유전독성, 산화성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거죠.
이산화티타늄의 발암 가능성은 2017년 프랑스에서 처음 제기됐습니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의 연구에서 쥐에게 이산화티타늄이 첨가된 식수를 100일간 먹인 결과 40%는 결장 내 양성 전암성병변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같은 결과에 프랑스 보건당국은 인체 위해성 여부 조사를 진행했고 2020년부터 식품첨가물인 이산화티타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2021년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미세입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잠재적으로 인체에 축적돼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유럽연합(EU)도 2022년 식품에 이산화티타늄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의약품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해왔는데요. 그 결과 EU는 지난 6일 의약품에는 계속 사용을 허용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도 미세한 이산화티타늄의 가루를 흡입시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B(Group 2B)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B 발암물질은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의미하며, 인체 대상 연구에서 제한적인 증거가 있거나, 실험 동물에서는 발암성이 있지만 인체에서는 증거가 불충분한 물질들이 포함됩니다.
반면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다른 국가 규제 기관들은 여전히 이산화티타늄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미국 역시 특정 범위 내에서 식품과 의약품 모두 이산화티타늄 사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속적인 안전성 논란에 나노입자 이산화티타늄에 대한 소화세포 구조 및 기능 영향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국내 의약품 7600여개 사용중…대체제 개발 필요
국내에서는 이산화티타늄이 식품류에 제한적으로 금지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현재 식빵, 잼류, 면류, 식초, 천연향신료, 건강기능식품(정제 및 캡슐 제외) 등 37개 품목에 한해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그 외 품목에서는 여전히 첨가가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이 성분을 첨가제로 사용하는 의약품만 약 7600개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산화티타늄은 의약품의 외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약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기능을 가진 대체 성분이 현재로서는 마땅히 없는 상황입니다.
유럽에서만 9만1000개 이상의 의약품에 이산화티타늄이 첨가되고 있음에도 EU가 사용을 허용한 이유 역시 의약품 성질과 효능의 변질을 막을 수 있는 대체 물질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는 애브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산화티타늄 대체제를 찾는데 열을 내고 있는데요. 탄산칼슘, 인산칼슘, 전분, 활석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의약품의 품질, 안전성 및 효능에 미치는 영향은 검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 보건당국은 이산화티타늄의 발암 가능성 등 인체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화티타늄의 나노입자가 인체에 흡수될 경우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해외에서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이상 해외 동향에 따라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위험성 평가와 규제 기준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있지만 대체제가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내에서도 정부가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힘을 합쳐 의약품에 사용 가능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체제를 찾는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