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질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기존 신약 개발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적 기반 접근(TDD, Target-based Drug Discovery)' 방식은 질환의 원인이 되는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한 뒤 설정한 타깃이 원하는 반응을 나타내는지 확인하는 방식인데요. 약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만, 단일 타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복잡한 질병 메커니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서울대 화학과 박승범 교수가 2016년 설립한 스파크바이오파마(SPARK Biopharma)는 질병 치료의 해답을 유전 정보와 환경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세포의 변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를 '표현형 기반 접근(PDD, Phenotypic Drug Discovery)'이라고 합니다. TDD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PDD는 단일 분자만을 겨냥하지 않고 여러 분자가 모여 만들어진 '세포' 단위에서 질병이 드러나는 모습을 관찰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습니다.
페노큐어+, 신약개발 전 과정 통합 기술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이러한 표현형 기반 접근을 위한 핵심 플랫폼 '페노큐어+'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노큐어+'는 세포 속 변화를 통해 질병 신호를 포착하고, 이를 치료 전략으로 변환하는 '분석 엔진'과 같습니다. 엔진이 다양한 부품들로 구성돼 있듯 페노큐어도 신약개발 전 과정을 연결하는 4개의 기술로 구성돼 있습니다.
'피도스(pDOS)'는 방대한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질병에 반응할 수 있는 수많은 '후보 약물'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물질이 세포 상태를 바꾸는지 확인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의 출발점인 셈이죠.
'서울-플루어(SEOUL-FLUOR)'는 세포의 표현형 변화를 정량적·시각적으로 분석하는 형광 기반 기술입니다.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형광 신호(빛)를 이용해 색으로 표시하고, 그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화합물이 세포 상태를 바꾸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 신약 후보 선정 과정에서 핵심 지표로 활용됩니다.
'핏지&TS핏지(FITGE & TS-FITGE)'는 세포 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된 화합물이 정확히 어떤 단백질과 작용하는지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후보 물질이 세포 안에서 어떤 단백질을 건드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규명해 신약 후보물질의 작용 원리와 타깃 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PU(표적단백질 분해제어)용 분자 스플리터'는 단백질이 지나치게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해 종양 억제나 질병 조절에 중요한 단백질이 충분히 발현되도록 안정화시킵니다. 세포 안에서 좋은 단백질이 너무 빨리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해서 단백질 양이 충분히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안전 장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페노큐어+ 플랫폼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선정에 필요한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한 통합 시스템입니다.
국내외 기업과 공동 연구개발 활발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염증·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개발이 앞선 파이프라인은 SBP401으로,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를 목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입니다. 이 후보물질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Orphan Drug) 지정을 받았습니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 SBP101(담도암·간세포암)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로, 한독과 2021년부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현재 임상1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신경퇴행성 질환, 이상지질혈증, 섬유증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아직 초기 연구단계에 있습니다.
스파크바이오파마의 자체 플랫폼 기술력은 국내외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협업 요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아에스티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페노큐어+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유효물질 및 선도물질 발굴, 그리고 상호 관심 분야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LG화학과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피도스(pDOS)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신규 신약 후보 발굴 프로젝트를 시작, 난치성 질환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기 위한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9월 미국 바이오텍 오디세이 테라퓨틱스(Odyssey Therapeutics)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스파크바이오파마의 피도스 기술을 오디세이의 연구 전략에 접목해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을 겨냥한 새로운 작용기전(MOA)의 신약 후보를 발굴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임상·파이프라인 확장 위해 IPO 도전
이처럼 국내외 제약사와의 협업을 통해 스파크바이오파마의 플랫폼 기술력은 실질적인 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국내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연구 협력을 넘어 회사의 기술 신뢰도와 시장 경쟁력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스파크바이오파마는 최근 자체 플랫폼 기술과 파이프라인 임상결과, 국내외 기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자본시장에서도 인정받고, 글로벌 임상 및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기업은 기술 검증과 글로벌 파트너십이 동시에 이뤄져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IPO를 통해 기술력이 자본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면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협업을 확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