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인체의 면역체계는 끊임없이 '균형'을 조율하는 정교한 네트워크와 유사합니다. 면역이 무너지면 염증을 유발해 면역질환 같은 외부 병원체를 막기 위해 강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면역반응은 자가면역질환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 미세한 균형점을 되찾는 것이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핵심 과제입니다.
2020년 설립된 국내 바이오기업 아이엠바이오로직스(IMBiologics)는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y)'라는 기술로 혁신 신약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이중항체는 말 그대로 두개의 서로 다른 항원에 동시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복잡한 면역 네트워크에서 두개의 표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스위치만 눌러서는 염증 반응을 완전히 꺼뜨릴 수 없습니다. 여러 경로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죠.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이중항체 기술은 하나의 항체로 염증 반응을 꺼뜨리고, 또 다른 항체로는 염증이 더 일어나지 않게 하는 방식이 특징입니다.
면역 질환·항암 시장 공략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핵심 기술은 최적 항체 모달리티 제작 기술인 'IM-OpDECon(아이엠-옵데콘)'과 면역글로불린M(IgM) 기반 다중 항체강화 플랫폼 'ePENDY'로 나뉩니다.
IM-OpDECon 기술은 두 가지 다른 표적을 한 번에 공격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이중 특이성 항체'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자가면역 질환 같은 염증은 우리 몸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일어나는 '화재'와 같습니다. 기존 치료제는 특정 경로 하나만 막아 불을 끄는 '부분적으로 불을 끄는 소화기'와 같다면 IM-OpDECon 기술은 화재를 막는 '전류 차단기'를 함께 내려 이중으로 화재(염증)를 진압하는 거죠.
ePENDY 기술은 항체가 두 개 이상의 표적을 동시에 인식하거나 특정 면역 신호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도록 구조를 미세 조정할 수 있습니다. 인체 내 면역 반응은 하나의 신호만으로는 잘 조절되지 않습니다. 여러 단백질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거나 억제하기 때문인데요.
기존 항체가 하나의 자물쇠만 열 수 있는 열쇠라면 ePENDY는 열쇠의 구조를 바꿔 여러 자물쇠를 동시에 맞추거나 특정 자물쇠에만 반응하도록 정밀하게 조정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이 두 가지 기술로 자가면역 질환과 항암 영역에 집중해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표 파이프라인 'IMB-101'은 OX40L(T세포의 활성화와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과 TNF-α(염증과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라는 두 가지 면역 신호를 동시에 겨냥합니다.
둘 다 염증 반응의 '핵심 스위치'로 불리는 단백질로, 그중 하나만 차단해서는 완전한 면역 조절이 어렵습니다. IMB-101은 이 두 신호를 한꺼번에 조절함으로써 염증을 근본적으로 진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물질은 초기 단계에서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공동연구를 통해 발굴돼 현재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임상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류머티즘관절염(RA)을 1차 적응증(사용 범위)으로 개발 중이며, 향후 아토피피부염(AD), 화농성한선염(HS), 염증성장질환(IBD)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IMB-102'는 OX40L을 단독으로 겨냥하는 단일항체(mAb) 신약 후보물질입니다. IMB-101보다 단순한 작용기전을 가지지만, 광범위한 자가면역 질환을 목표로 염증성 질환 전반에서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밖에 면역관문 조절 및 새로운 면역 작용 기전을 활용한 면역 항암제도 개발 중인데요. 파이프라인으로는 △IMB-201 △IMB-202 △IMB-401 △IMB-402 등이 있으며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습니다.
기술이전·공동 연구개발 성과 '속속'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주목받는 건 국내외 기업으로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계약을 맺는 성과를 내면서 입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작년 6월 미국 바이오텍인 네비게이터 메디신(Navigator Medicines)에 IMB-101(이중항체)과 IMB-102(단일항체)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첫 대형 성과를 올렸습니다. 계약 규모는 최대 약 9억44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글로벌 기술이전 성공 2개월 만인 같은해 8월에는 중국의 대형 제약사인 화동제약(Huadong Medicine)과 한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요. 네비게이터메디신에 체결한 것처럼 IMB-101와 IMB-102을 묶은 패키지 딜로 이뤄졌으며 계약 규모는 최대 약 3억1550만 달러(약 4300억원)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두 건의 기술이전 성과로 반환의무가 없는 선급금 약 400억원을 수령했습니다.
이와 함께 작년 2월 동아에스티에 이어 지난 8월 중국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바이오기업인 진퀀텀(GeneQuantum)과 'ePENDY' 기술을 활용한 다가결합 항체신약 후보물질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고요.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 422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투자유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초기 파이프라인 임상 검증 '관건'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이중항체 중에서도 '면역조절형 이중항체'라는 비교적 미개척 영역을 파고들고 있는데요. 단일 항체가 특정 신호를 차단하거나 활성화하는 데 그쳤다면, 이중항체는 두 개의 면역 축을 동시에 제어함으로써 질환의 복합적 발병 메커니즘을 다룰 수 있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제약사처럼 자체 임상을 대규모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술이전(License-out) 중심의 사업 모델을 택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파트너십을 맺고, 임상 및 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데 주력하는 것이죠. 고위험·고비용의 신약개발 구조에서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표방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다만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파이프라인들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임상 진입과 효능 검증이 향후 가장 큰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시장은 이미 강력한 블록버스터 약물이 포진해 있는 만큼, 차별화된 작용기전과 안전성 데이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속적인 대형 기술이전 성과를 낸 건 그만큼 플랫폼 기술 자체의 재현성과 확장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술이전 계약은 반환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제 임상 진입과 후속 단계에서 기술이 지속적으로 입증되는지가 향후 기업가치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