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전쟁터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을 무기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리 바이오 기업들의 핵심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현황을 일반인 독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사람 몸속에는 손상된 조직을 복구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줄기세포인데요. 줄기세포는 '백지 상태'처럼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부세포가 될 수 있고, 신경세포나 심장근육세포로 바뀔 수 있죠.
줄기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길들이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손상된 세포를 '새로 만들어 교체하는 치료'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에스바이오메딕스(S.Biomedics)는 이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질환 맞춤형으로 '길들인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2003년 설립된 줄기세포 기반 의약품 전문기업입니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벤처입니다. 이 회사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줄기세포를 질환 맞춤형 세포로 길들일 수 있다' 입니다.
핵심 플랫폼은 △FECS(Functionally Enhanced Cell Spheroid·3차원 세포집합체 구현 기술) △TED(Targeted Embryonic Stem Cell Differentiation·배아줄기세포 분화 표준화 기술) △SECRETOME(줄기세포 분비물질 기반 유효물질 활용 기술) 등 세 가지입니다.
이 기술들은 세포 기능을 강화하고, 생체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먼저 FECS 기술은 세포를 단일 상태로 주입하는 기존 세포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플랫폼입니다. 세포들이 3차원 구조로 모여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미니 생체 생태계'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체내 이식 시 생착률과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TED 기술은 배아줄기세포를 목표 세포(예: 신경전구세포, 망막세포 등)로 정밀하게 분화시키는 원천기술입니다. 특정 신호전달체계를 제어해 세포가 신경세포 계통으로만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마치 줄기세포의 성장 경로를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GPS)이 안내하는 것처럼 작동합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이나 척수손상처럼 손상된 신경을 직접 대체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SECRETOME 플랫폼은 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하지 않고, 그 세포가 분비하는 유효물질을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줄기세포는 배양 과정에서 다양한 단백질, 성장인자, 엑소좀 등을 분비하는데요. 이 물질들은 주변 세포에 신호를 보내 손상 부위를 복구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줄기세포를 직접 이식하지 않고 세포가 배양 과정에서 분비하는 단백질과 성장인자만을 활용해 손상 부위를 회복시키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줄기세포가 직접 '설계 현장에 투입되는 인부'라면, 이 기술은 줄기세포가 대신 남긴 '복구 설계도(분비물질)'를 이용해 주변 세포들이 스스로 재생 과정을 수행하도록 돕는 방식인 셈이죠. SECRETOME 기술은 세포이식이 필요 없는 비(非)세포치료제 형태로, 최종 개발에 성공한다면 안전성과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파킨슨병 치료제, 美 임상3상 진입 예정
에스바이오메딕스는 해당 기술들로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주력 파이프라인은 TED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파킨슨병 치료제 TED-A9입니다. TED-A9는 2023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a상 승인을 받아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용량군(6명)과 고용량군(6명)을 대상으로 한 1년 추적 관찰 결과, 운동기능이 각각 평균 27.8%, 43.1%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결과는 세계적인 생명과학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되기도 했고요. 현재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의 Pre-IND(사전미팅)을 마치고, 미국 임상 3상 진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TED 플랫폼은 파킨슨병 외에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제 영역에서도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TED-N은 척수손상 치료제로, 2019년 국내 임상 승인을 받고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TED-R은 황반변성 등 망막질환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으로, 망막색소상피(RPE)와 시각세포 분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비임상 단계에 있습니다.
FECS 기술로는 중증하지허혈, 눈가주름 등 피부·혈관 재생 관련 치료제 개발 중입니다. FECS 기술이 적용된 'FECS-DF'는 자가피부유래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눈가주름(외안각주름)에 대한 임상 1/2상 승인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FECS-Ad'는 동종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로, 중증하지허혈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입니다. 지난해 임상 1/2a상 결과 발표를 마치고 후속 임상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접목한 '뷰티' 사업, 안정적 수익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과 함께 자회사를 통한 바이오·뷰티 사업을 병행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설립된 자회사 에스테팜(지분 42.6%)은 줄기세포 배양액을 활용한 화장품과 히알루론산(HA) 필러 등을 자체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제품의 기획부터 제조,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하우스(own-production)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7종의 미용·성형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고요.
올해 상반기에는 HA필러 사업이 두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작년 상반기 보다 매출이 약 60% 증가한 93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익도 4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낸 수익은 세포치료제 상용화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만큼 에스바이오메딕스의 파이프라인들도 임상·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요. 지난 2월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중증·희소·난치 질환자에 한해 줄기세포 임상 연구를 하도록 했던 기존 규제가 폐지됐고,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경우 중증·희소·난치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안전성과 재현성 문제로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최근 제도적 기반이 정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며 "재생의료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세포치료제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줄기세포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며 재생의료 산업 전반의 성장에도 탄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