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제네릭(복제의약품) 약가를 내리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제약바이오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범산업계 단체들은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산업계의 연간 최대 피해액이 3조6000억원에 달하고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는 물론 의약품 공급 안정성과 고용 기반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범산업계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대위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계 연간 3조6000억 피해…R&D·설비 투자 위축
먼저 윤용섭 비대위 공동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국내 제약산업의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8%, 순이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신규 등재 약가 인하와 기존의 주기적 약가 조정 제도가 중복 적용될 경우 실제 약가 인하 효과는 최대 40%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공동위원장은 "이를 전체 약품비에 적용하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 규모의 산업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결국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위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매출의 12~13%를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누적 기술수출 20조원, 국내 개발 신약 41개,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이러한 성과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 사항이다. 실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수익이 1% 감소할 경우 R&D 투자는 1.5% 줄어들, 최근 증가세를 보이던 설비 투자 역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공동위원장은 "1999년 이후 누적 약가 인하액은 63조원에 달하는데 같은 기간 세계 의약품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7%에서 2024년 1.3%로 오히려 하락했다"며 "이러한 구조가 반복된다면 제약바이오 5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산 전문의약품 공급 부족…보건안보 위협"
조용준 비대위 부위원장(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산 전문의약품, 특히 제너릭 의약품 공급 기반 약화를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조 부위원장은 "국산 전문의약품은 초고령 사회에서 만성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지키는 필수 안전망이자 건강보험 재정 안정에 기여해 온 핵심 축"이라며 "2016~2020년 신규 제너릭 62개 성분 진입으로 약 4000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었지만 약가 인하로 자국 생산 비중이 줄어들 경우 의약품 공급망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6년간 147건의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가 발생했고, 항생제·응급의약품·분만유도제·신생아 치료제 등 필수 의약품의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원료의약품 자급률 역시 30% 안팎에 불과해 중국·인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조 부위원장은 "일본은 약가인하 등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32.1% 품목이 공급 부족 및 중단을 겪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약가인하는 품절과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제너릭 의약품의 안정적 생산과 공급은 선택이 아닌 국민 생명과 보건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고용 감축·제약산업 붕괴 우려
류형선 비대위 부위원장(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은 약가 인하가 고용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지적했다. 제약산업의 매출 10억원당 고용 유발 계수는 4.11명으로, 반도체(1.6명)와 디스플레이(3.2명)를 웃돈다. 정규직 비중도 94.7%로 전 산업 평균(61.8%)보다 높다.
그는 "제약바이오 산업 종사자는 약 12만명에 달하는데 약가 인하로 전체 인력의 10%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면서 "제너릭 매출 감소액 3조6000억원에 고용 유발 계수를 적용할 경우 약 1만4800명의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 17개 시도에 분포한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생산·연구시설은 각각 653개, 200여개로 지역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끝으로 노연홍 비대위 공동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일부 제약회사들의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제약 산업의 생존의 문제"라며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