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내에서 의약품 포장재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품질관리(QA)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Helium) 수급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헬륨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품질관리 검사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져 의약품 출하 자체가 막힐 수 있는 만큼, 유럽산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반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헬륨 없으면 검사 불가… 독일 제약사 '출하 중단' 공포
14일 한 보건의료 전문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약품제조협회(BAH)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품질관리 공정에서 헬륨 의존도가 높은 의약품의 경우 중기적인 공급 부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헬륨은 의약품의 순도와 안전성을 정밀 분석하는 가스크로마토그래피(GC) 장비의 운반 기체로 사용된다. 과거 발암 위험 불순물 논란이 있었던 고혈압 치료제 '사르탄 계열'의 불순물 검출에도 활용되는 등 의약품 내 불순물 확인과 유효 성분 정량 분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 공정이 GMP(우수 제조·품질관리 기준)상 생략 불가능한 필수 절차라는 점이다. 헬륨 수급에 차질이 생겨 품질검사가 지연되면 생산이 완료된 제품이라도 법적 출하가 막힐 수밖에 없다.
수소 등 대체 기체 활용 방안이 거론되지만, 일부 성분에서는 대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는 데다 공정 변경에 따른 재검증과 규제 승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단기적인 대안으로는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헬륨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독일은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입되고 있어 위기감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Bayer), 머크(Merck KGaA),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등 독일 제약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 이들이 공급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국내 수입 및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프타·헬륨 '이중 병목' 발생 우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아직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헬륨 수급 문제가 가시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의 헬륨 수입 물량 중 64.7%가 카타르산일 정도로 중동 의존도가 높은 만큼,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수급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나프타 수급 불안에 대한 논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프타는 의약품 포장재와 용기뿐 아니라 일부 원료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생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로, 공급망 경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헬륨까지 변수로 부상할 경우, 생산 투입 단계(나프타)와 출하 전 품질 검증 단계(헬륨)가 동시에 제약을 받는 '이중 병목'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부터 '중동전쟁 비상대응본부'를 가동하고 나프타 중심으로 국내 의약품 수급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헬륨 수급 동향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다.
이재국 중동전쟁 비상대응본부장은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헬륨 수급 문제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며 "매주 대책회의를 통해 중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으며 수급 불안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