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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넘다]LG①독해야 살아남는다

  • 2013.06.07(금) 07:37

'시장선도'에 총력..공격적 투자·체질개선 승부수

LG와 삼성은 국내 가전·전자 산업의 양대산맥이자 라이벌이다. 하지만 이는 국내 무대에서만 맞는 말이다. 세계무대에서 LG는 삼성의 경쟁상대가 안 된다.

 

주력 계열사인 전자만 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한 반면 LG전자는 삼성에 밀려 '만년 2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만 단순히 비교해도 삼성전자(29조원)가 LG전자보다 무려 29배나 많다.

 

이제 삼성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LG는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 인화만으로는 시장선도 못해 

 

LG의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를 인화(人和)로 대표되는 그룹 문화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경쟁사에 비해 ‘정도·윤리 경영’을 지나치게 고수한 나머지 정부 정책에 휘둘렸다는 것이다.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부분 경쟁사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LG만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순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LG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난 2003년 국내기업 가운데 최초로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1998년에는 김대중 정부의 빅딜정책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넘기기도 했다.

 

그간 LG의 행보를 보면 정부 정책을 잘 따르는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이른바 ‘형제의 난’과 같이 사촌 형제들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LS 등을 포함한 범 LG가(家)는 모범 사례로 꼽힐 정도다.

 

이러다 보니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제대로 실속을 챙기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 삼성 따라잡기 위해 ‘전쟁 불사’

 

구본무 LG 회장이 던지는 말이 예전보다 독해진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는 경영진은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하겠다”(작년 9월 그룹 임원 세미나)
“세계 최고나 일등이라는 호칭은 막연히 기다리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올 1월  예비 입사자 대상 시상식)

 

구 회장은 이처럼 인화보다 경쟁, 수세보다 공세를 강조하는 발언을 늘리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삼성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시장 선도’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구 회장은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인화가 강조되던 문화에서 성과주의가 최우선 원칙으로 자리 잡는 것. LG그룹은 작년말 고졸 출신인 조성진 LG전자 부사장을 생활가전(HA) 본부 수장으로 발탁했다. 지난 3월에는 'LG 연구개발상'을 받은 연구개발팀 책임자 19명 전원을 승진시켰다.

 

계열사들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가전과 TV,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주요 분야에서 연일 드라이브를 걸며 삼성과의 ‘전쟁’을 마다않고 있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 양산형’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삼성과 신경전을 벌였고, 삼성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확실히 LG는 올해 들어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투자 계획도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했다. LG는 연초 20조원의 투자를 단행키로 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19% 늘어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시장선도를 이끌어 갈 인재 확보를 위해 구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구 회장은 올해 계열사 CEO들과 함께 지난 1월 국내에서 열린 테크노 콘퍼런스와 3월 북미에서 열린 테크노 콘퍼런스에 잇따라 참석하기도 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을 보면 LG의 체질개선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에 매출 14조원, 영업이익 3495억원의 실적을 내며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옵티머스G 프로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인기 때문이다.

 

LG 관계자는 "회사를 시장선도 체질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사업측면은 물론 일하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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