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회장단이 정기국회 개원에 맞춰 규제입법의 완급을 조절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로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 경제5단체 회장단은 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산업체질강화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경쟁력 관련 입법현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건의문(14건)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한다.
경제5단체는 우선 노동관련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38조원의 추가부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통상임금 관련법령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달라는 주장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차질과 노사갈등을 유발할 것인만큼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제조업 기반을 위협하는 화학물질등록및평가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개선도 요청했다. 건의문은 "2015년부터는 지금까지 등록이 면제됐던 R&D 물질과 100kg미만 소량화학물질까지 등록이 의무화된다"며 "막대한 비용부담과 6개월의 등록절차로 신제품 개발경쟁 낙오, 수출납기 지연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U, 호주, 미국 등 환경선진국에서는 1톤미만 화학물질과 R&D 물질이 등록면제대상인 점과 스마트폰처럼 하나의 제품에 수천개의 화학물질이 들어가는 것이 제조업 현실인 점을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유해물질 누출사고 발생시 매출액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유해물질 관리제도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을 지키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최대 3억원이던 과징금이 조원 단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예방에 최선을 다한 기업도 한 명의 실수로 폐업할 수 있는 만큼 과징금 범위를 피해규모에 따라 차등적용하자는 것이다.
건의문은 2조원대 외국인 합작투자가 실행될 수 있도록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개정해주고 순환출자금지가 기업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이외에도 '법인세 인상에 대한 신중한 검토',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제외 및 가업상속지원 확대', '일자리 영향평가제도 도입' 등 총 14가지의 입법현안에 대해 건의했다.
이날 박용만 회장도 "미국이나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고용창출을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환경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관련 입법에 있어서 당사자인 기업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규제입법의 완급조절론도 펼쳤다. 박 회장은 "근로자보호도 중요하고 환경도 중요하고 경제민주화도 필요하지만 기업을 돕고 경제를 살리는 일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입법현안들이 잘 해결되어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금은 경기가 어렵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전망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투자·고용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맞춤형 해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창조경제의 씨를 뿌리고 결실을 맺을 주역은 결국 기업"이라며 창조경제포털 사이트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등 창조경제 구현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추석을 앞두고 협력사 납품대금의 조기지금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구매 확대도 요청했다.
한편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전략과 관련 10대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원대의 투자가 착수중이거나 착수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최근 1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료용 로봇, 스마트쉽(Smart ship) 등 신산업 창출 투자가 약 35조3000억원, 벤처파트너스, 미래창조펀드 등 벤처투자는 약 1조6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엔지니어링대학원, 항공기 성능 개량기술 개발 등 창조경제 관련 인재양성은 총 1만5000명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경제계는 향후에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해 고착화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구도 탈피에 앞장 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출범한 산업체질강화위원회는 산업부와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발족한 기구다. 대한상의는 '규제개선', 전경련은 '협력적 생태계 조성', 무역협회는 '무역진흥',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경총은 '노동시장 선진화' 분과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