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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통상임금]①'공멸'이냐 '상생'이냐

  • 2013.09.03(화) 08:12

추가부담액 38조 vs. 5조 의견 팽팽
임금체계 개선안 마련..정부 역할도 주목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재계와 노동계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9월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만큼 양측의 기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의 주장, 법원의 동향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종업원 404명의 자동차부품 업체 B사는 고민에 빠져 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과거 3년간 임금차액 64억7000만원을 일시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가 18.7% 올라 매년 25억300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통상임금의 범위를 놓고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관례처럼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부담해야할 액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금아리무진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라는 판결이후 관련 소송이 급증한 상태다. 재계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이어져온 관례를 무시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합의체를 소집했고, 오는 5일부터 공개변론이 시작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하반기 재계와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 통상임금이 뭐길래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의 퇴직금이나 휴일·연차수당 등을 산정할때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준금액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근로자들의 수당은 증가한다. 반면 기업들의 부담은 커진다.

 

노동계에서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수입과 마찬가지인 만큼 통상임금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기업들은 반대입장이다.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정의돼 있다. 예를들어 통상 분기마다 한번씩 지급해온 상여금이 있다면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소송들이 제기돼 왔고, 지난해 법원이 이를 용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대립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도중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대니얼 에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진 상태다.

 

◇ '공멸(共滅)'이라는 재계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들이 만난 오찬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상여금 등이 통상적인 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한 발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38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과근로수당을 포함해 각종 수당, 사회보험료, 퇴직금충당금 등의 부담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사례에서 보듯 연장근무가 많은 자동차업계의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협회(KAMA)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는 최근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추가 부담액이 7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미지급 금액외에 향후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관련 일자리도 2만개 이상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이 받는 영향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관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11개 중소기업 단체는 지난달 공개변론을 앞두고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할 금액이 1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금상승이 경영악화를 부르고, 결국 구조조정을 하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관련 대한상의, 전경련 등 경제5단체장은 지난 2일 "중소기업의 대대적인 경영난을 막고, 투자재원이 통상임금의 소급지급에 허비되지 않도록 산업현장에서 확립되어 있던 통상임금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반영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 '정당한 권리'라는 노동계

 

반면 노동계에서는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금아리무진 소송을 시작으로 일련의 판결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법원의 판결대로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놓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재계의 추가 부담액 계산이 '뻥튀기' 됐다는 입장이다. 재계의 계산과 달리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5조7456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임금근로자들 가운데 실제 적용을 받는 근로자들은 400여만명을 조금 넘는 만큼 재계의 주장대로 수십조원의 부담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경총과 노동계의 비용이 큰 격차를 보이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이 비용이 14조원에서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고용노동부 임금제도개선위원회는 의견수렴 등을 통해 임금체계 개선안을 마련중이며 이르면 이달중 결론이 나온다. 이 개선안에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방향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새로 마련된 개선안을 통해 재계와 노동계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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