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1980년초 시작된 석유파동으로 중동경기가 싸늘하게 식자 자금난에 말려 1987년 간판기업인 라이프주택이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에도 경영 상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라이프그룹은 창립 31년만인 1993년 사실상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조 회장의 장남으로서 혜진씨의 남편인 명희(45)씨는 이 같은 맥락에서 ‘비운의 2세’라 할 만 하다. 한 때 후계승계를 위해 주력사인 라이프주택개발에서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몇 해 되지 않아 그룹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디엠퓨어텍은 그가 풍상(風霜) 속에서 일궈낸 홀로서기의 산물이라 할만하다. 다만 지금 그가 걷고 있는 길은 가시밭길이다.
◇디엠퓨어텍 2009년 치명상
디엠퓨어텍은 1999년 12월 덕명주택개발에서 분사해 설립된 업체다. 반도체 공정에서 필요한 초순수(DI) 장비 제조사업을 비롯해 산업용 수처리 설비, 상하수도 설비 공사업을 하고 있다. 한 때는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 사돈가의 본가인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적잖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디엠퓨어텍의 현 대표이사가 조명희씨다. 혜진씨가 경영하는 래딕스 계열사들의 이사진에서 그의 이름이 보이기도 했지만, 2011년 11월 이후로는 디엠퓨어텍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말을 기준(보통주)으로 보면 조명희씨가 최대주주로서 33.3%, 래딕스 계열의 래딕스아이앤씨가 27.7%의 지분을 소유했다.
디엠퓨어텍은 2001년 24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2008년에는 36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이 기간 적자를 낸 해가 적지 않았고, 흑자를 냈더라도 많아봐야 5억원이 채 안됐다. 그러다가 2009년 치명상을 입었다. 매출은 149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특히 그간 벌이가 신통치 않던 상황에서 영업손실 20억원, 순손실 22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적자를 냈다. 이로인해 완전자본잠식(자본금 12억원, 자본총계 -7억원) 상태에 들어갔다.
2010년 들어 15억원 가량의 증자로 인해 살림은 좀 나아졌다. 당시 출자자가 래딕스플러스다. 여기에 영업실적 또한 나아졌다. 디엠퓨어텍은 2010년 매출 233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억원, 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 결산공고 내용을 보면 재무상황이 더 악화된 것을 볼 수 있다. 결손금이 133억원(2012년말)에 달한다.
◇신통치 않은 태양광
조명희씨는 태양광발전사업에도 손을 댄 적이 있다. 2006년 7월 설립된 전남 영암의 금평전력과 2008년 2월 세워진 전남 고흥의 고흥그린솔라타운을 통해 그의 사업적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데 두 계열사의 현재까지 확인가능한 재무수치만을 놓고 볼 때 태양광사업 또한 최근까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금평전력은 계속된 적자누적(2010년 결손금 5억원)으로 인해 2010년에 가서는 22.5% 자본잠식(자본금 21억원·자본총계 16억원) 상태가 됐다. 고흥그린솔라타운도 상황은 비슷하다. 결손금이 22억원(2011년말)에 이르면서 자본잠식률은 72.9%(자본금 30억원·자본총계 8억원)에 달했다.
조명희씨가 2011년 11월 금평전력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에서 모두 물러난 것을 볼 때 지금은 태양광사업에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금평전력은 올해 6월 고흥그린솔라타운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대표이사는 혜진씨와 함께 래딕스 계열을 분할 경영하고 있는 심양래 사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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